아이슬란드, EU 가입 협상 재개 불발…국민투표서 53% 반대(종합)
접전 끝에 찬성은 47%…투표율 82.5% 달해
러 위협 등에도 'EU 울타리' 대신 어업권 등 지키기 택해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아이슬란드 국민들이 유럽연합(EU) 가입 협상 재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반대'를 택했다고 현지 공영방송 RUV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6개 선거구의 개표가 모두 완료된 가운데 반대가 52.8%로 찬성 47.2%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22만5천명이 투표에 참여해 82.5%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찬성이 반대에 앞선 수도 레이캬비크 지역에선 투표율이 60%대였으나 반대표가 훨씬 많은 농어촌 지역 선거구의 투표율이 80%를 넘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은 전했다.
개표 초반에는 찬성이 다소 앞섰으나 개표가 계속되면서 반대 우세로 뒤집혔고 조금씩 격차가 벌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아이슬란드는 이듬해인 2009년 EU 가입을 신청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2013년 EU 가입에 회의적인 정부가 집권하면서 협상을 중단했다.
그러다가 2024년 가입 협상 재개를 공약한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위협 등 지정학적 혼란 속에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국민투표를 치렀다.
정부를 중심으로 한 찬성 진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트럼프 정부의 그린란드 병합 위협, 관세 갈등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하는 데 EU가 울타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극권 바로 남쪽 북대서양에 자리한 전략적 요충지로 1944년 덴마크로부터 독립한 아이슬란드는 자체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안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지위와 1951년 미국과 체결한 상호 방위 협정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찬성 진영은 EU 가입이 아이슬란드의 높은 금리와 물가상승률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반대 진영에서는 아이슬란드의 주권과 어업 수역이 제한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EU의 일원이 될 경우 아이슬란드의 입법과 규제 권한의 일부가 EU로 넘어가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고, 특히 수출 40%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자 국가 정체성의 핵심인 어업 부분의 자체 결정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아울러 인구 40만명의 작은 나라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5위인 북극권의 부국으로서 아이슬란드가 민주주의나 삶의 질, 국민소득 등 각종 국제지표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EU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투표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투표 캠페인 기간 찬반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했고, 여론조사도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울 만큼 엎치락뒤치락했다.
투표 전날인 28일 공개된 갤럽 여론조사에선 반대가 51.6%, 찬성이 48.4%였고 불과 며칠 전 마스키나의 조사에서는 찬성이 51.3%, 반대 48.4%에 앞섰다.
전반적으로 국민투표 캠페인 기간 초반에는 찬성 여론이 앞섰다가 시간이 갈수록 반대쪽이 상승세를 탔다.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총리는 전날 레이캬비크의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나서 이번 국민투표로 아이슬란드의 세계적 위상에 대한 논쟁을 촉발할 수 있었다면서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정부는 업무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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