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전 안 풀리자 나토 흔들 '회색지대 공세' 강화"
사보타주·사이버 공격…"우크라 지원 줄이려 공포 조장"
동맹분열 효과 '글쎄'…유럽국들 반러감정만 자극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 압박 수위를 높이고자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회색 지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 내부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분열을 조장, 우크라이나 지원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러시아가 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미지수라는 게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분석이다.
유럽 내 러시아 회색지대 활동을 추적하는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사하이다치니 안보센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영공 침범·사이버 공격·해상 침입·잠재적 군사 위협·사보타주 사례는 2024년 월평균 약 10건에서 지난 4월 이후 약 15건으로 증가했다. 러시아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받는 많은 사건이 해당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회색지대 공격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달 초 독일 공항에서 연달아 발견된 미확인 드론은 러시아 소행으로 의심되는 대표적 회색 지대 공격이다. 지난 4일 독일 동부 라이프치히-할레 공항 인근에서는 미심쩍은 드론 3대가 발견됐는데 그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화물기가 세워져 있는 활주로 근처에 있었다.
에스토니아는 이달 초 현지 방위산업업체 밀렘로보틱스 방화 사건 배후로 러시아와 연계된 조직이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이탈리아, 불가리아, 핀란드 군수 공장을 노린 공격도 러시아가 개입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기 위한 러시아의 '나토 흔들기'는 이미 서방에서 여러 차례 지적된 문제다.
WSJ은 이달 초 미국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향후 수년 내 NATO 회원국을 상대로 제한적인 공격을 감행해 동맹의 대응 의지를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정보기관은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이 사이버공격부터 소규모 지상군 침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지난 25일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러시아를 전격 방문했는데 관계자들은 랫클리프 국장의 방문 목적 중 하나가 미국이 나토 동맹국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푸틴 정부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 국가안보국 레미기우스 브리디키스 국장은 "러시아는 나토 국가 사이에 우크라이나 지지를 약화할만한 방법을 찾는 중"이라며 "그 과정에서 부수적인 효과로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러시아의 목표가 분명하지만 실제 원하는 바를 달성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유지하고 있고, 자국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회색 지대 공격은 루마니아의 최근 행보처럼 나토 회원국 국민의 반감을 키우기도 한다.
수년간 러시아에 유권자층이 두꺼웠던 루마니아는 지난 5월 드론 침입으로 주거용 건물서 화재가 발생하고, 지난달에는 자국 상공에서 드론 3개가 격추되자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실제 루마니아 정부는 지난달 드론 침입 사태에 항의하고자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으며 러시아 대사관 소속 직원 1명을 추방했다.
kik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