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금리인하 압박' 트럼프와 충돌하나…"9월 FOMC 시험대"(종합)

입력 2026-08-30 07:23
워시, '금리인하 압박' 트럼프와 충돌하나…"9월 FOMC 시험대"(종합)

시장은 9월 인상 쪽에 베팅…"행동 없으면 시장 신뢰 잃을 것"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트럼프-연준 대립 구도 형성 가능성도



(뉴욕=연합뉴스) 임수정 특파원 =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 우려를 전면에 내세우며 취임 후 가장 선명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워시 의장은 중앙은행이 향후 정책에 대해 공개적인 발언을 줄여야 한다며 '조용한 연준'을 표방해 왔지만, 이번에는 정책 판단의 기준을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시장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워시 의장이 시장 예상대로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침묵의 연준'서 한발 물러서…시장 "의미 있는 진전"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그간 구체적인 통화정책 방향 언급을 꺼려온 워시 의장이 금리 판단의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밝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워시 의장은 과거 연준 이사 시절부터 인플레이션 경계와 통화긴축 필요성을 강조해온 대표적 매파 인사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지난 5월 의장 취임 후에는 자신의 판단 기준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그는 7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정책 판단 기준이나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

워시 의장은 시장에 금리 경로를 미리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시장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며 소통 축소 방침을 내세워 왔지만, 시장에서는 최소한의 정책 판단 근거나 다음 조치의 조건조차 알기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연준의 '침묵'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워시 의장은 전날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연설에서 자신의 기준을 이전보다 선명히 드러냈다.

그는 "나의 기준은 이렇다.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겐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단기 금리는 연준의 양대 책무 달성을 위한 주된 수단"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으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세부적인 지표들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도 설명했다.

그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7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한 점 등을 거론하며 "수치들이 더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4%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며 "인플레이션이 우리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발언은 시장이 원하던 금리 경로에 대한 명시적 약속을 피하면서도, 어떤 조건에서 정책 대응에 나설지에 대한 '기준선'을 보다 분명히 그은 것으로 해석됐다.

WSJ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결의를 가장 강력하게 표명했으며, 연준이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명확한 설명을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의 네이선 시츠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의장의 연설 뒤 콘퍼런스콜에서 "이제 워시 의장이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확실히 더 잘 알게 됐고, 이는 매우 유용하고 매우 건설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진단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7월 기자회견 직후의 상황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 9월 '행동'이 신뢰도 시험대…트럼프와 충돌 가능성도



시장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발언 전 35% 안팎에서 57.5% 수준으로 뛰었다.

반면 동결 확률은 42.5%로 낮아져 인상 시나리오가 동결보다 우세해졌다.

다만 워시 의장의 이번 발언이 신뢰를 얻으려면 결국 행동을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디티야 바브 미국 경제조사 책임자는 "이제 8월 고용과 물가 지표가 매우 약하지 않은 한 9월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할 책임은 워시에게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는 오늘 얻은 신뢰를 아마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다음 달 15∼16일 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부딪힐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워시 의장이 11월 중간선거를 불과 몇 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원하지 않는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연준과 백악관이 '충돌 코스'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워시는 자신의 목표와 의도에 관해 명확한 선을 그었다"며 "이는 경제지표나 그 결과와 관계없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트럼프와 직접 충돌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견해를 지지할 인물을 찾는 검증 과정을 거쳐 워시 의장을 낙점했다는 점을 짚었다.

워시 의장이 중간선거 직전 금리를 올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저금리 요구와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백악관과 연준 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취지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미 장기채 금리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한 국채 바이백(재매입) 확대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든 점도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모리스 옵스펠드 선임연구원은 워시 의장이 금리를 올리면 트럼프 행정부와 충돌하고, 동결하면 물가 대응 의지에 대한 시장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진퇴양난에 처한 것과 관련해 "그는 여러 표적을 등에 지고 있다.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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