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삼성' 빈그룹, 내달 최대 4천억원 아리랑본드 발행 추진
3년물 연 8%…금융사 중심 원화채 시장에 '이례적' 비금융사 참여
(서울=연합뉴스) 정회인 기자 =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Vingroup)이 다음달 말 국내에서 최대 4천억원 규모의 원화 사모채 발행을 추진한다.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원화로 자금을 조달하는 이른바 '아리랑본드'로, 외국계 금융사가 주로 찾던 시장에 이례적으로 비금융 대기업이 대규모로 진입한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빈그룹은 9월 말∼10월 초를 목표로 국내 기관투자자 대상 3년 만기 사모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빈그룹은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현지 최대 민간기업으로 자동차·부동산·관광·교육·의료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지난해 말 기준 113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KB증권과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주관 및 인수사로 참여하며, 발행 규모는 3천억∼4천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빈그룹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어 최대 4천550억원 규모의 원화표시 담보부 채권 발행 계획을 승인했다. 비전환사채로 신주인수권은 붙지 않고 빈그룹이 원리금 상환 의무를 직접 부담한다.
금리는 연 8% 이상의 고정금리가 검토되고 있으며 별도의 국내 신용등급은 받지 않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발행물량은 한국 투자자에게 사모로 판매되며 베트남에서는 공모하거나 상장하지 않는다.
빈그룹은 현지에서는 높은 위상을 갖고 있지만 국제 신용평가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현재 유효한 글로벌 신용등급은 없으며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피치(Fitch)가 등급을 철회하기 전 부여한 장기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인 'B+'였다.
이번 발행의 특징은 국내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 채권인 '김치본드'와 달리 원화로 발행하고 원화를 기준으로 원리금을 지급하는 아리랑본드라는 점이다.
이에 국내 투자자는 빈그룹 채권에 원화로 투자하고 이자와 원금도 원화 기준으로 받게 된다.
그동안 아리랑본드 시장은 외국계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산하 신용보증투자기구(CGIF)에 따르면 2024년 말 남아 있던 아리랑본드 12건 중 11건은 노무라와 BNP파리바, 메릴린치 등 금융회사 발행물이다.
금융회사는 여러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원화채 발행금리에 통화스와프(교환) 비용을 더한 비용이 다른 시장보다 낮으면 한국을 활용할 수 있지만, 비금융기업은 조달한 원화를 달러화나 자국 통화로 다시 바꿔야 해 발행 실익이 크지 않았다.
빈그룹이 이런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 원화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최근 베트남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스와프 비용을 감수하고도 원화 조달의 매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증권예탁결제원(VSDC)에 따르면 지난달 말 빈그룹의 기존 현지 회사채 적용금리는 연 9.7% 수준이며 일부 사모채는 연 12.5%에 달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조달금리가 높아진 만큼 원화로 자금을 조달한 뒤 스와프하더라도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인수사들은 빈그룹의 재무구조와 상환능력 등 디폴트 위험을 중심으로 투자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ihell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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