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히토 전쟁책임 면책 논리 사전 설계"…대본역할 자료 발견

입력 2026-08-29 10:47
"히로히토 전쟁책임 면책 논리 사전 설계"…대본역할 자료 발견

히로히토 일왕 '독백록' 대본에 해당하는 '전책연구'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최고 통수권자였던 히로히토 일왕의 전쟁 책임을 부정하는 논리를 담은 회고록이 치밀한 각본 아래서 쓰인 것을 뒷받침하는 문서가 발견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9일 보도했다.

히로히토 일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최고 군 통수권자였지만 "군부와 의회가 전쟁 결정을 내렸고 입헌군주로서 재가했을 뿐"이라고 태평양 전쟁 책임을 떠넘기는 논리를 폈다.

그의 이러한 입장이 담긴 책이 측근을 통해 전쟁 과정을 구술한 이른바 '독백록'이다. '독백'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마치 그는 평화주의자였지만 군부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전쟁 선택으로 내몰렸다는 식의 내면 고백 이미지가 확산했다.



다만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독백록에 대해 단순한 개인 회고가 아니라 히로히토 일왕의 전쟁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술수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히로히토 일왕은 패전 후 안정적인 점령 통치를 바라던 미군정(GHQ)의 정책 등의 영향으로 전범 재판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마이니치는 독백록의 대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자료인 '전책연구'(戰責硏究)가 발견됐다며 이 문서는 독백록의 기획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추정했다.

질문 없이 히로히토 일왕의 발언만 담은 독백록의 질문지 역할을 하며 그가 전쟁에서 책임이 없다는 논리를 펴는 데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독백록의 정치적 성격을 연구한 요시다 유타카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전책연구에 대해 "독백록이 재판에 대비하기 위한 정치적 문서였다는 사실이 한층 더 명확해지는 것 아닌가"라며 전범 기소를 면한 히로히토 일왕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상황에 대비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풀이했다.

전책연구는 도쿄재판의 절차와 법리 이해에 중요한 영미법에서 당시 일본 내 최고 권위자였던 다카야나기 겐조 전 도쿄제국대 교수가 집필했다.

그는 패전 뒤 외무상을 맡아 전후 일본 정치의 중심에 있었던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자문역이자 외무성의 이론적 사령탑 역할을 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마이니치는 다카야나기 교수가 영미법적 사고방식에 따라 히로히토 일왕 면책론을 체계화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자료 등 객관적 근거가 없어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히로히토 일왕의 증언을 구한 기록의 요약본이 독백록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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