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 온 한국 영화 '헤어질 결심'…'씬의 설계'전

입력 2026-08-29 07:46
멕시코에 온 한국 영화 '헤어질 결심'…'씬의 설계'전

"영화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알 수 있어 좋았죠"

26일 개막해 올 11월 중순까지 멕시코 관람객 만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죽음이 삶의 포기여서는 아니 됩니다. 죽음은 용맹한 행동이어야 합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2022)에 나오는 어느 무녀의 대사다. TV를 보고 있던 서래(탕웨이)는 TV 속에 나온 무녀의 이 대사를 주의 깊게 듣는다. 그리고 이 대사는 서래의 마음속에 깊이 스며든다.

영화를 보다 보면 빠르게 지나갈 수 있는 장면이지만, 스토리보드를 보면 좀 더 곱씹으면서 해당 장면의 감정선을 느낄 수 있다.

감독들은 보통 이런 신(Scene)을 '설계'한다. 플롯의 인과관계를 설계하고, 배우의 연기와 호흡을 설계하고, 인물의 감정을 설계한다. 요컨대 영화를 만든다는 건, 이런 '감정 설계도'를 실행하는 행위다.



한국영상자료원과 주멕시코한국문화원이 지난 26일부터 멕시코한국문화원에서 선보이고 있는 '씬의 설계: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계'는 영화가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과정, 즉 '신의 설계 과정'을 조명한 기획전이다.

2023년부터 국내에서 관람객들을 만나던 이 전시는 K문화 붐을 타고 해외 순회를 거쳐 11번째 국가인 멕시코에서 현지 관람객들을 만났다.

개막일에는 70명이 넘는 멕시코 현지인들이 문화원을 찾았다. 관람객들은 전시를 기획한 정민화 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 차장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우고, 필기하거나 영상 녹화를 하면서 열중했다.

정 차장은 "한국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자세하게 소개하는 전시가 없다 보니 그런 뒷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씬의 설계'전(展)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에선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 '킹메이커'(2022), '한산: 용의출현'(2022), '길복순'(2023) 등 5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미술 감독 류성희·조화성·한아름이 참여한 작품들이다. 스토리보드와 콘셉트 디자인, 세트 플랜과 도면, 그래픽 디자인 등 총 191점의 자료를 통해 신이 어떻게 설계되고, 영화 전체와는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조명한다.

멕시코 관람객들의 반응은 열정적이었다.

멕시코 다큐멘터리 프로덕션에서 일했다는 아르셀라 아레나스 씨는 "영화가 이런 방식으로 알려지는 건 매우 중요하다. 영화 이면에 숨겨진 노력을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화면으로 영화를 보지만 그 뒤에는 엄청난 작업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로 인해 "영화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알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을 좋아한다는 야미 산토발 씨는 "멕시코에서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끄는 데 전환점이 된 작품은 그의 '기생충'이었다"며 "박찬욱 감독도 좋아하는데 여기 전시된 '헤어질 결심'은 내 최애작 중 하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으로 높아진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영화의 '장면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로 확장해 작품 속 공간과 분위기, 시대와 인물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미술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인의 창작 과정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전시는 11월 18일까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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