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쿠바…전력난·물자 부족에 길고양이도 수난
백신 보관 불가능…관광객 끊겨 기부금도 바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쿠바 수도 아바나 중심가에 있는 유기묘 구조 센터 알다메로스.
고양이들이 밥을 먹은 뒤 직원들의 다리에 몸을 비비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이곳을 운영하는 가브리엘라 로페스 대표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
미국의 강경한 봉쇄 탓에 쿠바 전역이 심각한 경제·사회적 위기에 빠지면서 유기묘 구조센터도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은 거의 나오지 않고, 전기도 하루 몇 시간 정도만 들어온다. 물자 부족에 따른 물가 급등으로 운영비마저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다.
로페스 대표는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예전에는 며칠 치 사료를 미리 사둘 수 있었지만, 전력난으로 냉동 보관이 불가능해져 매일 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도 부족하다며 "동물 위생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지만 용수 공급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의약품과 백신 부족도 심각한 수준이다. 아바나에서 활동하는 수의사 다니엘 에르난데스는 "백신 등 냉장 보관이 필수인 약품의 효능을 유지하려면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는 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말했다.
운영비와 물품 부족을 메워주던 외부 도움도 완전히 끊겼다. 과거 기업들이 무상으로 기부하던 음식은 경제난 속에서 판매용으로 바뀌었고, 관광 산업 침체로 해외 관광객들의 기부금과 후원 물품마저 바닥났다.
비정부 동물권 단체 '동물 보호를 위한 쿠바인 모임'의 클라우디아 디아스 코디네이터는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유기 동물 구조와 백신 접종, 구충 사업을 뒷받침하던 주요 수입원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유기묘 구조 센터 알다메로스의 로페스 대표는 "센터 문을 계속 열어두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무런 도움도 없이 버티기란 정말 힘들다"고 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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