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6일새 자사주 8조5천억 사들여…"46조원 더 산다"

입력 2026-08-28 10:55
삼전·닉스, 6일새 자사주 8조5천억 사들여…"46조원 더 산다"

주요 수급주체 부상한 기타법인 '삼전닉스' 하루 1조원대 순매수 행진

외국인·기관·개인 모두 순매도 나서며 차익실현

엔비디아 호실적에 업황 불안감 잦아들었지만 극적 주가상승 없어

美국채금리 고공행진·앤트로픽 IPO 임박 등 상황도 배경 거론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의 자사주 매입 영향으로 '기타법인' 순매수가 국내 주식시장의 주요 수급주체로 부상, 코스피 하단을 강하게 떠받치고 있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 연기금은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 증시 '투톱'의 대규모 자사주 매수를 주가를 내리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차익을 실현할 기회로 보는 모습이다.

2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기타법인은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6거래일 연속으로 하루 1조원대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날도 오전 10시 23분 현재까지 3천582억원을 순매수 중이다.

이전(8월 1∼19일)까지만 해도 일평균 순매수 규모가 187억원 수준이었던 것이 20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규모를 확대했다. 기타법인의 20∼27일 코스피 누적 순매수액은 8조5천707억원에 이른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과 개인은 5조9천100억원과 3조2천215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전체로는 5천846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연기금은 2천842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한 점도 눈에 띈다.

개별 종목 거래실적을 보면 이런 흐름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기타법인은 20∼27일 삼성전자를 1조9천557억원 순매수했지만 개인(-5천498억원)과 외국인(-4천446억원), 기관(-9천490억원)은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여서 기타법인이 홀로 6조5천244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하는 동안 개인(-2조7천358억원)과 외국인(-3조6천621억원), 기관(-1천149억원)은 매물을 쏟아냈다.

다만 연기금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1천924억원 순매도한 반면 SK하이닉스는 522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주식보상 목적 자사주 매입과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소각 흐름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8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15조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수할 것을 공시했고, SK하이닉스도 8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40조원의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전날까지의 기타법인 삼전·닉스 누적 순매수액이 8조4천802억원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아직도 46조원 이상을 더 사들일 것이란 이야기다.

권범석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현재 속도로 두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지속한다면 앞으로 약 30거래일, 최소 한 달 반 동안 기타법인 순매수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단이 단단히 받쳐진 상황에서도 코스피는 7,000선을 쉽사리 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시작된 이달 20일 이후 코스피는 6,700∼6,900대 박스권에서 등락을 지속 중이다.

심지어 글로벌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시장 눈높이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AI·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가 크게 완화된 전날도 코스피는 1.5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72%와 2.49% 오르는 데 그쳤다.

이런 흐름은 미국 반도체도 큰 차이가 없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최근 5거래일간 상승률은 0.70%에 불과하다.

과다한 국가부채와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과,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했다는 점 등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미 재무부는 미 30년물 국채금리가 5.3%대까지 올라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장기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최소 두배로 확대한다고 전격 발표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모습이다.

이에 시장에선 한국시간 이날 밤으로 예정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회의 연설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클로드'를 출시하며 AI 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앤트로픽은 이르면 9월 말에서 10월 초 IPO 가능성이 거론된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 내달 7일 이후 투자설명서가 공개될 예정이며, 같은달 중순께 잠재적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로 1조5천억 달러(약 2천70조원)가 언급되고 있으며, 이는 사상 최대 규모 IPO였던 스페이스X의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1조7천500억 달러)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다.

이러한 대형 IPO를 앞두고는 청약 전 '실탄'(현금)을 확보하려는 수요 탓에 한두 달 전부터 주도주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6월 스페이스X 상장 이전에도 글로벌 자본시장에선 유동성이 급격히 이탈하는 양상이 나타난 바 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