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에 원조 '세비체' 사라진다…금값 된 해산물

입력 2026-08-28 06:16
엘니뇨에 원조 '세비체' 사라진다…금값 된 해산물

수온 상승으로 페루 어종 변화…원가 압박에 어종 전환

페루 당국 "11월 엘니뇨 본격화하면 120만명 피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이상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중남미 지역을 강타하면서 페루의 국민 음식 '세비체' 생태계도 흔들리고 있다.

수온 상승으로 어종 생태계가 바뀌고 원가 부담이 급증하면서 3만8천여 개에 달하는 세비체 전문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페루해산물레스토랑협회는 숭어·전갱이·고등어·페헤레이 등 전통적인 세비체용 어종이 차가운 물을 찾아 바다 깊은 곳으로 이동함에 따라 이들 생선의 공급량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어종의 입고가는 ㎏당 35솔(1만5천원)까지 치솟았고, 페헤레이와 가리비 관자 등 주요 해산물 가격은 작년 대비 10~25% 상승했다.

하비에르 바르가스 페루해산물레스토랑협회장은 엘니뇨로 "업계의 20~30%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페루 경기 침체 속에서 외식 업계는 메뉴 가격을 무작정 올리기보다는 대체 어종을 찾아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다.

따뜻해진 바다를 따라 연안으로 들어온 가다랑어·참치·만새기나 아마존 민물 어종인 파이체·돈세야로 재료를 대체하는 등 어종 다변화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엠바르카데로41의 카스타뇰라 CEO는 "1년 내내 바다가 똑같은 어종을 똑같은 수량과 가격으로 공급해 줄 수는 없다"며 공급망 유연성을 강조했다.

바르가스 회장은 수산 자원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금어기 준수, 남획 금지, 그리고 해양 생태계의 기초가 되는 멸치 자원 보호가 선행되어야만 세비체라는 페루의 미식 유산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세비체는 생선, 오징어 등의 해산물을 얇게 잘라 레몬 또는 라임즙에 재운 뒤 채소와 함께 먹는 요리로, 페루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이처럼 기후 변화로 세비체 공급마저 위협받는 가운데 엘니뇨 현상이 향후 더 악화할 것이라는 페루 정부의 경고도 이어졌다.

페루국가민방위청은 오는 11월부터 엘니뇨 현상이 한층 강해져 전국 최소 10개 주 이상에서 심각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루이스 바스케스 민방위청장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과거 엘니뇨 피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약 120만 명의 주민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이라며 "전국 536곳의 위험 지역을 지정해 예방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 변화에 따른 취약성을 낮추고 잠재적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buff2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