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로 100명 사망·484명 실종…한국인 9명 연락 두절(종합3보)

입력 2026-08-27 02:56
네팔 대홍수로 100명 사망·484명 실종…한국인 9명 연락 두절(종합3보)

실종자에 인도인 134명 등 외국인 391명 포함…네팔, 인도·중국에 지원 요청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 27일 네팔 파견…고립됐던 한국인 10명은 안전 확인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중국 국경 인근에 있는 네팔 중북부의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100명이 숨지고 외국인 390여명을 포함한 480여명이 실종됐다.

이곳에서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끊겼으며 또 다른 한국인 10명은 한때 고립됐으나 안전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직전에 중국 티베트자치구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빙하가 붕괴하면서 홍수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 실종자 중 외국인은 341명…"사망자 더 늘어날 듯"

26일(현지시간) 로이터·AP·EFE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0분께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00명이 숨지고 외국인 391명과 네팔인 93명을 포함한 484명이 실종됐다고 네팔 경찰과 총리실은 밝혔다.

그러면서 실종된 외국인 중에는 힌두교 성지인 티베트 카일라시산으로 순례를 온 인도인 134명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수닐 샤르마 네팔 관광청 대변인은 실종자 국적이 미국인 47명, 호주인 34명, 영국인 33명, 캐나다인 24명 등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종자 중에는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 호수 인근에서 트레킹을 하던 네팔인 62명과 현지 경찰관 28명도 포함됐다.

한국 외교부도 라수와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로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직원 9명의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다.

다만 애초 현지에서 고립된 것으로 알려진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또 다른 한국인 10명은 네팔인 등 외국인 직원 200여명과 함께 대피해 구조를 기다리고 있으며 안전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소방청·경찰청으로 꾸려진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을 27일 네팔에 파견해 한국인 수색과 구조 업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그마티주 경찰 대변인인 라젠드라 프라사드 다말라는 EFE 통신에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발렌드라 샤(35·일명 발렌) 네팔 총리는 구조와 구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긴급 내각 회의를 열었다.

사스미트 포카렐 네팔 정부 대변인은 "(주변국인) 인도와 중국에 구조 활동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인도 외무부는 긴급 구호 물품 10톤(t)을 실은 수송기를 네팔에 보냈다고 밝혔다.







◇ "10년 살면서 이런 규모 홍수는 처음"

사고 지역인 바그마티주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120㎞가량 떨어진 곳으로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중국 티베트와의 국경 지역이다. 현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카트만두에서 차로 반나절 넘게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라수와 지역에 있는 보테코시강이 홍수로 범람하면서 인근 여러 마을을 덮쳤고, 도로와 수력 발전 시설 등이 파손됐다.

네팔 현지 매체 '온라인 카바르'는 수닐 람살 네팔 기반시설부 장관을 인용해 이번 대홍수로 인한 기반 시설 피해액이 최소 2천억 네팔루피(약 1조8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셜미디어(SNS)에 공유된 영상에는 산악지대 위쪽에서 거대한 규모의 흙탕물이 잔해와 함께 빠른 속도로 내려오자 소리를 지르면서 다급하게 뛰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대피하는 이들의 모습이 담겼다. 또 홍수로 주변 주택들이 쓸려 나가기도 했다.

차승원 네팔 한인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예전에도 중국 티베트와의 국경 인근에서 종종 홍수가 일어나기는 했다"면서도 "네팔에서 10년가량 살고 있는데 이런 규모의 홍수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라수와 지역에서는 지난해 8월에도 유사한 돌발 홍수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산악 지역의 고온 현상으로 인접한 티베트의 빙하 호수가 넘쳐흘렀고 9명이 숨졌다. 또 양국을 연결하는 다리를 비롯한 주요 기반 시설이 파손됐다.

차 회장은 "재외 등록 신청을 한 네팔 한인은 총 650명가량"이라며 "라수와 지역은 등록된 한인이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누와코트 지역에서도 대규모 홍수로 차량이 침수되고 나뭇가지와 전선에 각종 잔해물이 걸렸다.

네팔인 노동자인 비벡 쿠말은 로이터에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홍수가) 쏟아져 내려왔다"며 "(거센 물살에 휩쓸렸지만) 다행히 망고나무에 걸려 살았다"고 말했다.

카트만두에 사는 교민 문광진 씨는 "현재 집계된 실종자 수는 여행사 등을 통해 등록된 인원"이라면서 "피해 지역은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가는 개인 관광객이 적지 않은 곳인데 이럴 경우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 네팔 정부 "티베트서 발생한 지진으로 빙하 붕괴해 홍수"

이번 홍수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네팔 정부는 티베트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빙하가 붕괴하면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예비 조사 결과 이날 오전 8시 37분에 지진이 발생했고 3분 뒤에 돌발 홍수가 보고됐다며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나 보테코시강의 흐름이 차단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내용은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실제로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같은 시각 라수와 지역에서 북쪽으로 47㎞ 떨어진 티베트 지역에서 규모 4.4 지진이 발생했으며 지진 발생 깊이는 10㎞로 비교적 얕았다.

카트만두에 본부를 둔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 소속 기후 전문가들은 이날 돌발 홍수가 빙하에서 발생한 눈사태가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ICIMOD 소속 한 전문가는 보테코시강의 지류인 렌데 콜라강이 이날 최대 수위를 기록했다며 "렌데 콜라강은 1년 2개월 만에 두 번째 범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네팔 쪽 빙하에서 발생한 얼음과 바위가 강을 막으면서 하류로 갑작스러운 물살을 쏟아낸 상황이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인구 20억명가량의 주요 물 공급원인 히말라야산맥은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없어지는 속도가 21세기 들어 2배 이상 더 빨라졌다.

이 지역의 빙하 두께는 2000년 이전에는 연평균 34㎝씩 줄었으나 2000년 이후부터는 연간 73㎝씩 2배 이상 빨리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ICIMOD 관계자는 "네팔과 중국 국경 지역의 강 상류에 여전히 막힌 부분이 남아 있다"며 "당국은 두번째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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