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된 아일랜드 법에 막힌 빅테크 상대 집단소송
EU는 '비영리 단체가 소송 대표'…아일랜드는 '외부 소송 자금 금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400년 된 아일랜드의 법 하나 때문에 유럽연합(EU)에서 빅테크를 상대로 한 소비자 집단 소송이 제한되고 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는 '디젤게이트'를 계기로 2020년 유럽에서 등록된 비영리 대표 단체가 기업이 끼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소비자 집단 이익 보호 지침'을 마련했으나 여전히 빅테크가 유럽에서 거액의 집단 소송에 직면하는 일은 드물다.
폴리티코는 직접 관련자나 정당한 이해관계자가 아닌 외부인의 소송 비용 지원을 제한하는 아일랜드의 법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세제 혜택을 위해 아일랜드에 유럽 본부를 두고 있다.
EU 규정상 제소가 가능한 비영리 단체는 빅테크를 법정에서 상대할 자금이 부족하므로 외부 지원을 받고자 하는데, 1634년부터 이어져온 아일랜드 법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아일랜드에서 EU의 '소비자 집단 이익 보호 지침'에 따른 집단소송 제기가 가능하도록 등록된 비영리 단체는 5곳으로, 이제까지 집단 소송은 단 한 차례 있었다.
아일랜드시민자유협의회(ICCL)는 지난해 MS의 온라인 광고 시스템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비용은 기부금과 인도주의 보조금으로 마련된 일반 예산으로 처리했다.
조니 라이언 ICCL 법률팀장은 "아일랜드에서 이렇게 복잡한 소송을 하려면 최소한 100만유로(약 16억원)의 착수금이 필요하다"며 추가 소송을 제기할 만한 재원이 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영리 단체가 집단 소송을 제기하도록 한 EU 규정의 요건과 외부 자금 지원을 금지한 아일랜드의 법은 '치명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을 상대로 한 별도의 개인정보 관련 소송에 참여한 바 있는 변호사 제라드 러든도 "빅테크를 상대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고, 그들에겐 투입할 무제한의 자원이 있다"며 "소송 자금 조달이 허용되면 메타, 구글, MS에 대한 범유럽 집단 구제 사건을 아일랜드에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법 조항의 기원은 잉글랜드 법 개념에서 왔는데, 정작 잉글랜드에선 이런 개념과 관련된 조항들이 1967년 폐지됐으나 아일랜드에서는 유지되고 있다.
아일랜드 기업통상고용부 대변인은 아일랜드의 독립 기관인 사법개혁위원회가 연내 해당 법규에 관한 보고서를 낼 예정이며, 법 개정을 추진할지는 법무부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짐 오캘러헌 아일랜드 법무장관은 지난해 제3자 소송 자금 지원에는 변호사나 재정 후원자들이 기업 보상금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사법의 상품화'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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