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리알화 또 폭락…美 '경제적 D-데이' 앞두고 사상 최저(종합)
이란 물가 고공행진…전쟁 발발 후 쌀 60%, 소고기 150% 이상 폭등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이른바 '경제적 D-데이(economic D-Day)'라 칭한 새로운 대(對)이란 제재 발표를 앞두고 이란의 통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기존 제재와 미국의 해상 봉쇄로 이미 타격을 입은 이란 경제가 이번 조치로 한층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하는 환율 변동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비공식 외환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이란 리알화는 달러당 202만 리알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란 중앙은행이 고시한 공식 환율은 달러당 약 150만 리알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이란 국민은 비공식 시장 환율을 적용받고 있다.
리알화 가치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부터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과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미 큰 하락을 겪어왔다.
여기에 약 6개월간 이어진 전쟁이 더 큰 타격을 주면서 연일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고공행진하는 물가는 국민들의 생계를 한계로 내몰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쌀 가격은 약 60%, 소고기 가격은 150% 이상 폭등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란의 국내총생산(GDP)이 5% 이상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경제 붕괴 상황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으로부터 어떠한 양보도 얻어내지 못했다.
이란은 전쟁 발발 전 전세계 원유 물동량의 5분의 1이 자유롭게 오가던 핵심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여전히 굳게 쥐고 있다. 전쟁 기간 이란의 잇따른 공격과 위협으로 해협의 통행은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는 동시에,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의 또 다른 연안국인 오만과 해협 공동 관리 계획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최종 합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계획에는 선박이 페르시아만으로 진입할 때는 이란이 통제하는 항로를 이용하고 빠져나갈 때는 오만이 통제하는 항로를 이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방해할 경우 오만을 폭격하겠다는 발언까지 하며 이란과 협상 중인 동맹국 오만을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오만 외무장관이 새로운 회담을 위해 25일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고, 종전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도 이란을 방문해 최고지도자 측근들을 만날 것으로 전해져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란과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이란과 계속 거래하는 국가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포함해 기존 조치보다 훨씬 강력한 제재를 이날 발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미 지난주 이란과의 모든 무역과 금융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표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얀 UAE 대통령과 전화 통화했다. UAE는 이란의 최대 무역 상대이자 최대 수입국이었으며, 이란 기업들의 핵심 재수출 및 금융 허브 역할을 해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어떠한 행위도 의심할 여지 없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결코 손을 놓고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한편, 베선트 장관의 강경 발언이 나온 직후, 이란 강경파인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위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미국의 새로운 경제 조치에 동조하는 국가들의 지원을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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