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채권 급증 탓…우량채인데도 차입비용은 정크본드

입력 2026-08-24 10:59
AI 채권 급증 탓…우량채인데도 차입비용은 정크본드

데이터센터 투자적격등급 채권 발행수익률 7%대

블룸버그 "인수단, 정크본드 투자자들에도 채권 판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려는 미국 기업들이 투자적격 채권을 발행하면서도 정크본드(투기등급) 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QTS 리얼티트러스트는 투자적격 등급를 받은 마이크로소프트 연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주 39억달러(약 5조4천억원) 규모 채권을 수익률 7.2%에 발행했다.

지난달 블랙록이 텍사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위해 발행한 투자적격 등급 채권 역시 수익률이 7.5%였다.

이런 수익률은 중간 등급의 정크본드 발행 수익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두 거래 모두 인수단이 투자적격 등급 투자자뿐 아니라 하이일드(고수익) 투자자에게도 채권을 팔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우량등급 채권인데도 차입 비용이 정크본드 수준이라는 것은 AI 인프라용 채권의 신용등급과 시장이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들어 데이터센터 등 AI 투자를 위해 이미 4천100억달러(약 569조원) 이상을 차입했다.

애드번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슈바이처 매니저는 "하이일드 투자자들이 우량 기술기업 채권 시장의 '관광객'이 되고 있다"며 "탄탄한 대차대조표를 지닌 기업들이 BB급 수익률로 나온다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빅테크들은 그동안 자기자본과 자체 현금흐름으로 투자를 조달해왔지만, AI 인프라의 막대한 선행 비용 때문에 이제는 부채 조달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통시장에서도 오라클, 스페이스X의 우량채권이 정크본드 수준 수익률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두 회사가 다시 채권시장을 찾을 경우 투기등급 수준의 보상을 제시해야 할 수도 있다는 신호다.

다만 미국 정크본드 시장 규모는 우량채권 시장의 5분의 1도 안 되는 1조5천억달러(약 2천80조원)에 그쳐, 정크본드 투자자들이 AI 채권 수요를 얼마나 더 받쳐줄 수 있을지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뱅가드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5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올해 자본지출(CapEx) 규모를 8천억달러(약 1천100조원)로 예상했다. 2027∼2030년에는 매년 1조달러(약 1천400조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중 대부분이 부채로 조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 전략가들은 결국 테크기업들의 차입 비용 상승이 업종 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억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빅테크는 수익 실현까지 수년이 걸리더라도 AI 인프라에 막대한 선행 투자를 할 여력이 있지만, 재무 여력이 작은 기업들에는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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