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맞댄 미·캐나다, 맞불관세 무역전쟁…"한때 동맹의 파탄"

입력 2026-08-24 02:17
국경 맞댄 미·캐나다, 맞불관세 무역전쟁…"한때 동맹의 파탄"

타결 직전 美알루미늄 업계 반발·러트닉 등 강경파에 파국

카니 "우린 공격받았다"…트럼프 "미국의 州 아닌데 혜택 누리려 해"

트럼프 2기서 갈등 누적되다가 폭발…전문가 "기존 양국 관계 끝나"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긴밀한 국방·안보 협력과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꼽혀온 미국과 캐나다가 이제는 서로 보복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의 상대가 됐다.

양국 정부는 막판까지 무역협상을 이어가며 타결에 근접했지만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단순한 관세 충돌을 넘어 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누적된 정치·경제 갈등이 양국 관계에 회복하기 어려운 균열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0시부터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대상 품목은 일부 유제품과 맥주·와인 등 주류, 하키용품, 기계, 섬유, 시멘트, 가구 등이다.

이에 맞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9월 8일부터 미국산 철강, 낙농품, 가전제품, 농기계, 펄프 등에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 방침을 밝혔다.

카니 총리는 "공격을 받으면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고, 우리는 공격받았다"며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그는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너무 적게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협상은 막판까지 양측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나, 미 일부 업계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 인사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당초 양국은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에서 25%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미 알루미늄 업계가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원자재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낮추더라도 가공제품에는 50% 관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트닉 장관도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부문별 관세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관세도 걸림돌이었다. 캐나다는 미국산 부품에 적용되는 관세 환급 혜택을 모든 북미산 부품으로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미국 측이 협상 막판 중·대형 트럭을 관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하려 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측이 강하게 반발한 것은 관세 자체만이 아니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이 캐나다의 프랑스어 문화 보호 조치 약화, 타국과의 무역 협상 제한 등을 막판 조건으로 밀어붙였다며 "이는 권력 다툼이며 주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 결렬은 양국 간 누적된 갈등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맞댄 이웃이자 북미 경제를 촘촘하게 이어온 동맹이다. 양국 기업과 산업 공급망은 국경을 넘나들며 구축돼 있어 사실상 관세 충돌은 철강·자동차 등 특정 산업에 그치지 않고 양국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캐나다가 미국 덕분에 존재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졌다.

캐나다에서는 반미 정서가 번졌다. 미국 여행과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됐고, 미 대사의 퇴출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까지 벌어졌다.

카니 총리는 지난해 3월 취임 당시부터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그는 지난 1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미국은 더 이상 글로벌 안정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들이 단결해 경제적 압박에 대한 취약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니 총리는 22일에도 "미국이 모든 상업적 관계를 재편하고,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 관세를 부과하며 경제적 통합을 무기로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다른 이들보다 앞서 이해했다"며 "미국의 서명이 (언제든 지워질 수 있는) 연필로 쓰였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했다.

'나쁜 협상'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카니 총리의 입장은 캐나다 안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레제 마케팅의 최근 조사에서 캐나다 성인 56%는 정부가 '강경 노선을 취하고 미국에 더는 양보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스콧 모 서스캐처원주 총리는 "기존 현상의 유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제이슨 케니 전 앨버타주 총리도 "끊임없는 정치·경제 공세 앞에서 비겁하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카니 총리를 지지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카니 총재가 협상 결렬을 통해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어느 나라도 가지 않았던 길을 택했다"고 전했고, AP통신은 "무역전쟁이 한때 긴밀하고 견고했던 동맹관계를 더욱 파탄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캐나다 맥길대 다니엘 벨랑 교수는 AP에 "관세 협상 결렬은 기존의 캐나다·미국 관계가 끝났음을 시사한다"며 "많은 캐나다인에게 트럼프 행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캐나다는 (미국의) 주(州)가 되지 않으면서도 주가 되는 데 따른 혜택을 원한다"며 "그들은 오랫동안 우리의 위대한 농민들에게 막대한 관세를 부과해왔다. 더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 "캐나다의 보복에 대응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캐나다와 예정된 새 협상은 없다고 밝혔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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