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무역갈등 미국에 '전쟁' 선포…미·캐나다 파국 치닫나

입력 2026-08-23 10:18
카니, 무역갈등 미국에 '전쟁' 선포…미·캐나다 파국 치닫나

미 관세에 "미국 한만큼 보복관세" 맞불…일각선 '에너지 무기화' 제안도

트럼프, 캐나다에 '미국 51번째 주' 언급하며 국민감정 건드려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협상이 결렬된 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미국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누적된 갈등이 이번 협상 결렬을 계기로 폭발하면서 양국 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 무역 협상이 무산된 직후인 22일(현지시간) 오전 대국민 연설에서 캐나다는 미국과 "전쟁 중"이라며 "공격받으면 전쟁 중인 것이고, 우리는 (미국의) 공격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나쁜 합의"를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그들이 제시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들이 요구한 것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의 추가 고율 관세 부과에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미국과의 추가 협상을 배제하고 사실상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전통적 우방이면서 동시에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서로 가장 긴밀한 이웃인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는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양국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문제 삼아 관세를 강행했는데, 미국의 동맹국이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캐나다까지 대상에 포함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캐나다의 주력 산업인 철강·자동차·목재에 추가 고율 관세를 부과해 캐나다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약 200억달러 상당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추가로 50% 고율 관세를 매기게 된 것이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캐나다·멕시코를 아우르는 북미무역협정(USMCA)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이점이 없다. 무의미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캐나다, 이런 방향대로라면 세 나라를 사실상 한 경제체로 묶는 기반이 된 USMCA 체제의 미래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며 캐나다인들의 감정까지 건드렸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와 현직 카니 총리 등 캐나다 지도자들을 "미국 주지사"라 불렀고, "캐나다는 미국 없이 생존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에서도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더 이상 미국의 압박에 끌려가선 안 된다는 강경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카니 총리의 대국민 연설 이후 캐나다 정치권에서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지지 발언이 이어졌다.

카니 총리는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중견국들이 '강대국의 전횡'에 맞서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해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캐나다가 미국에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더그 포드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지사는 이번 주 카니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석유·가스·전력을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중부 지방 정유사들이 캐나다산 중질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 공급을 무기로 미국에 맞서자는 취지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석유 공급국으로, 미국은 전체 수입산 석유의 52%를 캐나다에서 들여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캐나다에서는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주캐나다 미국 대사의 퇴출 요구 청원에 17만명이 서명하는 등 반미 정서도 확산하고 있다.

다만, 군사·경제·지리적으로 긴밀하게 얽힌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흔들릴 경우 양국 모두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캐나다는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은 데다, 제조업체 상당수가 미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레버 톰베 캘거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캐나다에서 최대 9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다만 양국 갈등의 고통을 캐나다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 악화와 무역 갈등은 대미 수출에 경제를 크게 의존하는 캐나다뿐만 아니라 캐나다와의 깊은 경제 통합으로 함께 이익을 누려온 미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많다.

뉴욕타임스는 양국의 최신 무역 갈등의 여파를 분석한 기사에서 "그렇지 않아도 이미 높은 물가로 시름 하는 가운데 두 동맹의 치고받기식 무역 싸움은 소비자들과 기업들에 새로운 골칫거리를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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