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안정 배경에 수출기업 '뭉칫돈'…달러 순매도 1년새 4배로↑

입력 2026-08-23 05:53
환율안정 배경에 수출기업 '뭉칫돈'…달러 순매도 1년새 4배로↑

2분기 달러 매도 2천636억달러, 71.5%↑…매수는 1천539억달러 그쳐

정부 환전 독려 속 기업발 공급 확대…환율 1,380원까지 급락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올해 들어 국내 기업들의 달러 매도 규모가 지난해보다 대폭 커졌다.

고환율에 대응해 정부가 주요 수출기업에 수출대금 환전과 해외 유보자금의 국내 유입을 독려한 가운데 기업발 달러 공급도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준 의원(인천 계양을)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금융 민간기업의 올해 2분기 현물환·선물환 매도액은 2천635억9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2분기(1천536억7천만달러)보다 71.5%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기업의 현물환·선물환 매수액은 1천242억달러에서 1천539억4천만달러로 23.9% 증가했지만, 매도액 증가율이 훨씬 컸다.

이에 따라 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순매도 규모는 작년 2분기 294억7천만달러에서 올해 2분기 1천96억5천만달러로 4배 가까이로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도 기업들은 2천15억2천만달러를 매도하고 1천242억7천만달러를 매수했다.

상반기 누적으로 보면 매도액은 4천651억1천만달러, 매수액은 2천782억1천만달러로 순매도 규모가 1천869억달러에 달했다.

작년 상반기 순매도액(584억9천만달러)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은 통계에서 비금융 민간기업은 금융기관과 공공기업을 제외한 기업을 의미하며, 거래액에는 현물환과 선물환 거래가 모두 포함된다.



기업의 달러 매도 확대는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환시장 수급 안정이 주요 정책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나타났다.

환율은 연초 1,400원대 중반으로 출발해 내내 고공행진했으며 6월 초엔 장중 1,560원을 넘으며 금융위기 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는 당시 주요 수출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수출대금을 신속히 환전하고 해외에 유보된 자금의 국내 유입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가 외환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그나마 2분기 기업이 달러 매도를 이 정도 늘리면서 환율이 우려와 달리 1,600원선을 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7월 이후 급락했다.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 확대와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대금 유입 등이 외환시장 수급 개선 요인으로 거론됐다.

기업 달러 매도세는 3분기 들어서도 상당 규모로 지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환율은 지난달 8일 한 달여 만에 1,500원 아래로 내려왔고, 이달 19일에는 1,400원을 밑돌았다. 21일 장중 1,380.3원까지 하락해 작년 9월 18일(장중 1,380.0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글로벌 투자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지만, 기업의 대규모 달러 매도가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기도 하다.

김남준 의원은 "최근 환율 안정은 외환당국 노력뿐 아니라 반도체 등 수출기업의 달러 수입에 따른 공급 확대가 기여한 바가 크다"며 "인공지능(AI)·반도체 수출 실적이 달러 유입으로 환율을 안정시키고 다시 AI·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등 국내 투자로 연결되는 경제의 선순환이 이어지도록 제도적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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