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前총리 병원 검진 당일 재수감…"법원 명령 위반"

입력 2026-08-21 20:19
파키스탄 前총리 병원 검진 당일 재수감…"법원 명령 위반"

대법원 "내달 중순까지 민간병원서 치료"…지지자들 반발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파키스탄 정부가 수감 중인 임란 칸(73) 전 총리를 외부 병원으로 옮겨 치료하라는 대법원의 명령에도 병원 이송 수 시간 만에 교도소로 돌려보내자 그의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아타울라 타라르 파키스탄 공보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칸 전 총리가 이날 새벽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병원에서 의료진 검진을 받은 뒤 오전 중에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왈핀디의 교도소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타라르 장관은 "안과의, 심장내과의, 내과 전문의 등을 포함한 유능한 의료진이 정밀 검진을 실시한 결과 그가 의학적으로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절차를 마친 뒤 칸 전 총리를 교도소로 다시 이송했으며, 그가 병원에 머무는 동안 의사인 그의 여동생 우즈마 칸이 내내 곁을 지켰다고 말했다.

타라르 장관은 당초 대법원이 검진 장소로 지정한 민간 병원인 시파국제병원 앞에 칸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모여 "보안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그를 공공 병원인 파키스탄 의과학연구소로 옮겼다고 전했다.

앞서 최근 대법원은 시력 악화 등을 겪고 있는 칸 전 총리를 시파국제병원으로 이송해 내달 16일 예정된 다음 심리 전까지 머물면서 치료받게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그의) 기본권을 고려하고 수감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명령"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수감자를 국영 시설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교도소 규정을 근거로 대법원 명령에 반대해왔다.

당국이 대법원 결정과 달리 칸 전 총리를 병원 이송 수 시간 만에 교도소에 재수감하자 그가 이끄는 제1야당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지지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셰이크 와카스 아크람 PTI 대변인은 엑스에서 정부의 조치가 "법원 명령을 대놓고 위반해 법원을 기만한 것"이라면서 "(칸 전 총리의) 건강과 존엄은 정치적 게임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비판했다.

PTI 측은 당 차원에서 당국을 법정 모독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이날 PTI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우즈마 칸은 칸 전 총리가 두통·스트레스·가슴 두근거림을 호소하면서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계속 말했지만, 의료진이 그의 눈과 혈압만 확인했을 뿐 다른 검사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독방 감금은 고문이나 다름없는데, 칸은 지난 열 달 동안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서 사람과의 접촉, 독서나 TV 시청도 거부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켓 슈퍼스타 출신인 칸 전 총리는 2018년 총리가 됐으나 실세인 군부와 마찰을 빚다가 2022년 의회 불신임 투표로 물러났다.

이듬해 5월 부패 혐의로 체포됐으며, 비리·권력 남용 등 혐의로 여러 차례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생활 중이다.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에게서 땅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지난해 1월 징역 14년을, 지난해 12월에는 또 다른 부패 사건으로 징역 17년을 각각 추가로 선고받았다.

지난 2월에는 칸 전 총리가 장기간 독방에 갇힌 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결과 오른쪽 눈 시력을 대부분 잃었다고 가족과 변호인이 밝혀 정치 쟁점이 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칸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그의 석방을 요구하며 전국에서 반복적으로 집회를 열어왔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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