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란 상대 경제전쟁 성패 UAE에 달렸다

입력 2026-08-20 10:02
수정 2026-08-20 10:38
트럼프의 이란 상대 경제전쟁 성패 UAE에 달렸다

'이란의 허파'…최대 수입 상대국이자 금융 통로

UAE, 트럼프와 통화 후 이란과 거래 전면 중단 선언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란을 상대로 선포한 '전례 없는 경제 전쟁'의 성패가 아랍에미리트(UAE)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전날인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UAE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과 통화했으며, 몇 시간 후에 UAE는 이란과의 모든 무역, 상업 교류, 금융 거래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AE 당국자들이 이번 조치를 즉각적 전면 단절이라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이는 조치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수주간 UAE에 이 나라에서 활동하는 이란 금융 네트워크를 단속하라고 압박을 가해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자금 흐름을 겨냥하면 미국의 이란 항만 해상봉쇄보다 더 큰 타격을 이란 측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 기간에 미국은 제재 대상 이란 단체와 UAE 내에서 은밀하게 활동하는 다른 네트워크들을 상대로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하라고 UAE에 요구해 왔다.

만약 UAE가 '이란 상대 거래 전면 중단' 조치를 실제로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시행할 경우, 이란은 외화를 조달하고 세계 교역망에 접근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기금'(CEIP)의 중동 전문가 앤드루 레버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UAE는 이란의 허파"라고 설명했다.

이란 경제가 UAE, 특히 두바이가 거점인 금융·무역·재수출망을 통해서 세계 경제에 접근해왔음을 강조한 표현이다.

이런 연결고리를 끊는 일은 쉽지 않다.

이란과 연계된 거래의 상당수는 제재 회피를 위해 의도적으로 흔적이 은폐돼 있기 때문이다.

석유 판매대금, 외환 거래, 이란 기관에 대한 자금 지급 등이 UAE 두바이에 설립된 유령회사와 환전소를 거쳐 이뤄지며, 거래 기록상 이란 측 이름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미국 재무부와 분석가들에 따르면 이란은 UAE에 위장회사들을 세워 석유 대금 수령, 거래 결제, 자금 출처 은폐 등에 활용하며 국제 제재를 회피해 왔다.

WSJ이 인용한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은행들이 유지하는 환거래 계좌를 통과한 자금 가운데 90억달러(약 12조5천억 원)가 이란의 은밀한 금융 활동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

해당 자금 중 62%는 UAE 소재 기업들이 수령했으며, 대부분은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두바이에 기반을 둔 회사들이었다.

이란은 제재 대상 원유를 운송하면서 선박의 이동 경로와 소유 구조를 감추기 위해 노후 유조선으로 이뤄진 이른바 '그림자 선단'에도 의존해 왔다.

이란의 그림자 거래와 연결된 유조선 다수는 UAE 소재 기업이 소유하거나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재무부의 설명이다.

이란과의 거래를 전면 차단하려면 UAE가 불투명한 금융·교역 활동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히 단속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두바이가 상업·자본·재수출의 자유로운 국제 허브로서 지닌 지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데에 UAE의 협조가 필수적인 이유는 또 있다.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양국은 정부 간 갈등은 잦았지만 상업·역사·문화 측면에서 깊은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상대편의 주요 교역국이다.

UAE에는 수십만 명의 이란인이 거주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데이터에 따르면 전쟁 전인 2024년 기준으로 UAE는 대(對)이란 수출 1위국이었다.

UAE의 대이란 주요 수출 품목은 전자제품, 귀금속, 소비재 등이었다.

그 해 이란의 상품 수입액 중 30.6%에 해당하는 210억 달러(29조 원)가 UAE로부터 공급된 것이었고, 이는 중국(26.0%), 튀르키예(16.3%)보다 높은 비중이다.

또 UAE는 이란산 상품을 세계 각지로 재수출하는 거점 역할도 해왔다.

CEIP의 레버는 UAE가 발표한 대이란 금수 조치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중대한 단절"이 될 것이라고 NYT에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UAE 당국자들은 18일에 발표한 거래 제한 조치를 이란 측과의 전면 단절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UAE는 일단 화물 운송에 새로운 제한을 가하고, IRGC의 공격이 이어질 경우 이란 연계 단체에 대한 단속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UAE가 정책 효과를 시험하면서도 조정 여지를 남겨두려는 접근을 반영한다고 WSJ은 분석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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