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대법원 "수감 중 시력 악화 칸 前총리 민간병원 이송"
정부 "민간 병원 치료 허용은 형사 사법 체계 교란" 이의 제기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파키스탄 대법원이 부패 등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시력이 악화한 임란 칸(73) 전 파키스탄 총리를 민간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명령하자 정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대법원은 현재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왈핀디에 있는 교도소에 수감된 칸 전 총리를 민간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당국에 명령했다.
재판부는 "기본권을 고려하고 수감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명령"이라며 48시간 안에 칸 전 총리를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고 다음 달 16일까지 그곳에 머물게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안과·내과·심장 전문의와 칸 전 총리의 주치의로 의료진을 구성해 치료하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월 파키스탄에서는 칸 전 총리의 건강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시 칸 전 총리의 아들은 아버지가 900일 넘게 독방에 갇힌 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오른쪽 시력을 대부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는 칸 전 총리가 지난 1월 이슬라마바드 병원에서 검진받은 결과 건강한 상태였다고 맞섰다.
칸 전 총리가 이끄는 제1야당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지지자들은 이번 대법원 명령을 환영하면서 즉시 이행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는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번 명령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대법원에 낸 청원서에서 "헌법은 차별을 금지한다"며 "의료 기록에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내용이 없는데도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을 민간 병원에서 치료받게 허용하면 형사 사법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명령이 이행되면 다른 수감자들도 교도소 규정을 위반해 유사한 치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타울라 타라르 파키스탄 정보부 장관도 "(현재) 칸 전 총리의 치료와 관련해서는 모호한 점이 없다"며 건강 문제는 정치와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켓 슈퍼스타 출신인 칸 전 총리는 2018년 총리가 됐으나 실세로 불리는 군부와 마찰을 빚다가 2022년 의회 불신임 투표로 물러났다.
이듬해 5월에는 부패 혐의로 체포됐으며 이후에도 비리와 권력 남용 등 혐의로 여러 차례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에게서 땅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지난해 1월 징역 14년을, 지난해 12월에는 또 다른 부패 사건으로 징역 17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칸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그의 석방을 요구하며 전국에서 반복적으로 집회를 열었고, 일부 집회는 폭력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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