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채권시장 호재될까…"초장기물 발행 축소 기대"
확장재정·공급 부담 속 국고 30년·50년 금리 사상 최고 수준
내년도 총지출 820조원 이하면 국채 공급 우려 완화
(서울=연합뉴스) 강수지 기자 = 이달 말 발표될 내년도 예산안이 820조원 이하에서 결정될 경우 채권시장 안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특히 최근 역대급 약세를 이어오고 있는 초장기물 국채의 발행 축소에 대한 기대를 키우며 공급 우려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고채 30년물과 50년물 금리는 4.751%와 4.661%로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재정 확장 기조와 국채 공급 부담 속에 미국 등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오른 영향을 받았다.
간밤 미국 재무부는 깜짝 장기물 국채 매입(바이백) 확대를 발표하며 미국 초장기물 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5.34% 가까이 오르며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막대한 장기 부채 공급을 만들어 공급 부담을 키운 영향이다.
글로벌 금리 흐름은 국내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다. 다만, 이달 말 내년도 예산안이 공개되면 적어도 국내 요인에서 비롯된 장기채 공급 부담은 다소 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산안에 담길 내년도 국고채 발행 계획이 시장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8월 말 발표되는 가운데 오는 27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된 만큼 이달 28일이나 31일에 예산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산안 발표일이 채권시장의 주요 변동성 이벤트인 가운데 한은의 8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높은 만큼 8월 말이 채권시장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예산안 발표는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전년 대비 총지출액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국채 발행 부담이 컸던 예년과 달리 내년에는 초과 세수에 힘입어 총지출이 증가하더라도 국채 발행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정부는 500조원 이상의 국세 수입을 예상하며 내년도 총지출을 800조원 이상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총지출액이 810조원이면 국채 총발행량은 207조4천억원, 820조원이면 217조4천억원, 830조원이면 227조4천억원으로 추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도 총지출이 800조원 중반까지 늘어도 총발행 규모는 190조원 내외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지출액이 820조원 이하면 내년 국채 발행량은 올해 225조원 대비 8~18조원가량 줄어든 규모가 될 것"이라며 "국고채 순증 규모도 최소 18조원 이상 줄어 향후 수급 불안 이슈를 일부 경감시킬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고채 발행량 감소분은 초장기 구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안 연구원은 만기별로 국고채 2∼3년물이 2조7천억원, 5∼10년물이 5조1천억원 줄어드는 데 비해 20년 이상은 8조4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달 국고채 발행계획에서 나타난 단기물 발행 비중 확대 기조를 적용하면 초장기물 축소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재정경제부에서도 최근 시장 수요 환경을 반영해 만기별 발행 물량을 조정하고 있다"며 "향후 장기물 수급 환경은 투자하기에 양호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긴축 경계심은 단기금리 추가 하락을 제한하겠지만 정부 총수입 증가에 국채 공급 부담은 점차 완화될 수 있다"며 3분기 커브 플랫(수익률 곡선 평탄화) 대응을 권고했다.
다만, 발행 감소가 곧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총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린다면 이는 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1년간 금리가 오른 것은 수급 발작이 아니라 우리나라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대폭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라며 "성장률 상향 조정은 여전히 금리 상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초장기물 금리는 성장 요인과 더불어 보험사 수요 약화가 겹친 영향"이라며 "이런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