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가자전쟁 '최대 민간인 희생' 사건 수사 착수

입력 2026-08-19 21:58
이스라엘군, 가자전쟁 '최대 민간인 희생' 사건 수사 착수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군은 19일(현지시간) 7만3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가자지구 전쟁의 최악 민간인 피해 사례 두건에 대해 형사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형사 수사 대상은 전 세계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5세 소녀 힌드 라자브 일가족 사망 사건과 팔레스타인 구급대원 15명 집단 사살 및 암매장 사건이다.

첫 번째 수사 대상은 2024년 2월 가자시티에서 발생한 5세 소녀 힌드 라자브와 그 가족들의 참변이다.

당시 힌드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친척들과 함께 차를 타고 피란길에 올랐다가 총격을 받았다. 차량에 동승했던 힌드의 15세 사촌 라얀 하마다는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 구급 센터에 전화를 걸어 "탱크가 다가오면서 총을 쏘고 있다. 가족들이 죽었다"며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통화 중 무자비한 총성이 울렸고 라얀의 비명은 끊어졌다.

차량 내 유일한 생존자였던 5살 힌드는 이후 적신월사 통제실과 연락을 유지하며 홀로 공포에 떨었지만 끝내 연락이 두절됐다.

이스라엘군의 구조 접근 허가가 지연되는 사이, 힌드는 12일 뒤 5명의 친척 및 그를 구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2명의 구급대원과 함께 벌집이 된 차량 안팎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두 번째 수사 대상은 지난해 5월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구조 임무를 수행하던 팔레스타인 구급대원 15명이 몰살한 사건이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부상자 이송을 위해 이동 중이던 첫 번째 구급차에 총격을 가했고, 이어 연락이 두절된 동료들을 찾기 위해 현장으로 향한 다른 여러 대의 구조 차량에도 무차별적인 사격을 퍼부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학살 직후의 은폐 시도였다. 이스라엘군은 불도저를 동원해 훼손된 구급차와 구급대원들의 시신을 그대로 밀어버린 뒤 집단 무덤에 암매장했다.

참사의 현장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접근이 허용된 유엔(UN)과 구조대원들에 의해 참혹한 모습으로 발굴됐다.

사건 직후 이스라엘군은 "차들이 전조등이나 비상 신호 없이 수상하게 접근해 발포했다"고 거짓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구급대원 차들이 비상등을 켜고 적신월사 로고를 명확히 노출한 채 천천히 주행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뒤늦게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의 이번 수사 개시는 가자 전쟁 누적 사망자가 7만3천명을 넘어서며 극에 달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사법적 압박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이번 2건 외에 국제적 논란이 되었던 월드센트럴키친(WCK)과 국경없는의사회(MSF) 소속 구호 요원 사망 사건 등 3건에 대해서는 형사 수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혀 진정성에 의구심을 남겼다.

또 프리랜서 영상 기자를 포함해 5명의 언론인이 사망한 병원 공습 건도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측은 이스라엘군의 이번 수사 발표에 대해 "진실은 이미 전 세계에 증명되었기에 이스라엘이 이제서야 이를 입증할 이유는 없다"며 "애초에 그들이 국제인도법을 존중했다면 이런 끔찍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