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문학의 산실 '에디시오네스 에라' 출판 66년만에 문닫아
팬데믹 이후 매출 4분의1토막…부채 증가에 시대 변화에도 적응 못 한 듯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지난 65년간 스페인어로 쓰인 최고의 문학 작품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고 싶다면, 에디시오네스 에라 출판사에서 출간한 시집, 소설, 에세이집을 보면 됩니다."
멕시코 작가 마르틴 솔라레스가 작년 8월 한 행사에서 한 말이다.
멕시코 문학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독립 문학 출판사 '에디시오네스 에라'가 창사 66년 만에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진다.
18일(현지시간) 라호르나다와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디시오네스 에라는 전날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글을 통해 "첫 책이 출간된 지 66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출판 시장이 너무 많이 변해 더는 책 판매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면서 운영 중단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6년간 출판사를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필요한 재정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출판계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경영난을 겪은 서점들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에디시오네스 에라의 매출도 팬데믹 이전과 견줘 4분의 1토막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팬데믹 기간 생긴 빚이 계속 축적되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다. 멕시코시티 로마 구역에 있는 사옥 매각 대금으로 일부 채무를 변제한 후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에디시오네스 에라는 옥타비오 파스, 후안 룰포, 호세 에밀리오 파체코, 호세 레부엘타스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출판하고, 수많은 문인을 발굴한 출판사다. 문학 외에도 연대기, 역사, 사회 과학, 미술, 아동·청소년 도서도 소개했다.
시인이자 편집자인 마르셀로 우리베는 편지글 말미에 "수십 년 동안 저희 출판사와 작가에 보내주신 관심에 감사드린다"며 "에디시오네스 에라의 책이 세상에 알려지는 여정에 독자분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큰 영광이다"고 썼다.
출판사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멕시코 문인과 지식인들은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시인 리카르도 야네스는 "우리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야심 찬 출판사였는데, 정말 슬프다"고 했고, 바르바라 하코브스는 "내 책 20권이 모두 이 출판사에서 출간됐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인류학자 클라우디오 롬니츠는 "조금의 과장도 없이 멕시코 문화계에 비극적인 사건이며 멕시코 사회와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작가들은 팔리는 책만 빠르게 회전시키는 '초단기적 소비와 속도전', 창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재출간을 하지 않는 경영방식 등 출판계의 트렌드에 에디시오네스 에라가 따라가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문화적 자산으로서 책을 가꾸기보다 즉각 소비되고 버려지는 일회성 상품처럼 취급하는 시장 환경, 즉 '출판계의 우버화'에 에디시오네스 에라가 동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간 라호르나다는 "멕시코와 라틴아메리카에서 중요한 기관 중 하나이자 수많은 작가를 배출한 에디시오네스 에라는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문학을 보급해 온 66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고 전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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