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처럼 전통도 이주"…미국서 한지 맥 잇는 한국계 작가

입력 2026-08-18 00:37
"부모님처럼 전통도 이주"…미국서 한지 맥 잇는 한국계 작가

美오하이오주서 한지 보존·재해석 에이미 리 NYT 조명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한국의 전통 종이인 한지 제조 기술을 미국으로 가져가 보존하고 알리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이야기가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조명을 받았다.

미 오하이오주 린허스트에서 활동하는 에이미 리(48)는 사라져가는 전통 한지 제작 방식을 미국에서 이어가며 기록과 교육,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인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나 뉴욕주에서 자란 리 작가는 어린 시절 인종을 둘러싼 질문과 시선 속에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그는 "사람들은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고 물었고, 아니라고 하면 '그럼 다른 민족일 리가 없지 않냐'고 했다"며 어릴 적 수치심을 겪으며 미국 사회에 동화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린 시절 여름마다 한국을 찾았고, 19살 때 한국에서 어학 수업을 듣기도 했다.

이후 미국 대학원에서 도서 예술을 전공하던 중 제지 수업을 들으며 명상과도 같은 종이 제작 과정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러나 수업에서 중국과 일본의 종이 역사를 배우면서도 영어권에서 한지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자, 직접 한국을 찾아 한지 제작법을 탐구하기로 결심했다.



리 작가는 2008년과 2021년 두차례에 걸쳐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한국을 방문했다. 장인들로부터 한지 전통 제조법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한지 도구를 연구하고 전문 용어를 해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30살의 나이로 한국 시골 공방을 찾았던 초기에는 외국인인 데다 '체격이 왜소하다', '나이 든 미혼 여성'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왜 포기하지 않았냐'고 묻곤 하지만,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제가 이 길을 택한 이유를 설득하는 문제일 뿐이었다"고 했다.

설득 끝에 기술을 전수한 리 작가는 닥나무 수확에서부터 전 과정을 전통 방식대로 고수한다.

리 작가는 이렇게 만든 한지를 활용해 예술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전통 한국 의상을 비롯해, 닥나무 껍질을 넓게 펴서 말려 식물 특유의 자연스러운 그물망 문양을 살린 '바크 레이스'(bark lace), 한지 실로 짠 오리 인형 등을 만들어 미술관에 전시 중이다

리 작가는 "한지의 맥이 끊기고 단절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지 장인들의 자녀들이 이를 배우고 있지 않다"며 "한지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 끝자락이라도 붙잡아 미국으로 가져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 역시 한지의 전통을 미국으로 옮겨오고 있는 셈이라며 "이것은 하나의 이주(migration)"라고 덧붙였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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