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트럼프, 북미대화 제스처"…'대북억지력 훼손' 비판도(종합)
"김정은과 직접외교 모색…문제는 美 일관된 전략 부족, 동맹들도 우려"
"北, 우크라전 거치며 전력 확대…훈련축소로 한미 대비태세 약화 가능성"
북미대화서 韓역할론 전망 엇갈려…"대화 분위기 조성에 중요" "주변화될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제스처로 볼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훈련 축소가 현실화할 경우 대북 억지력과 한미 연합 대비 태세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17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서면 질의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외교적 교류를 다시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는 서면 질의 답변에서 "정확한 계기를 알기는 어렵지만,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관계를 맺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이에 응답할지와 언제, 어떻게 응답할지가 매우 흥미로운 관전 요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한반도 종전을 위한 당사자 간 논의를 촉구한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과도 부합한다면서 "다만 이 대통령과 그의 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구상을 촉진하거나 심지어 주도할 수 있을지는 큰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여기서 언급한 '당사자'가 남·북·미를 의미하는지 등 구체적인 대화의 주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연합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또 한 차례 정상외교를 추진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아 왔다"며 "그러나 미국은 일관된 외교 전략이 부족하고, 북한은 진지한 외교에 나설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에마 챈릿-에이버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치·안보국장은 언론 논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그가 첫 임기 때 미완의 과제로 남았던 김 위원장과의 직접 외교로 복귀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영향력을 더욱 강화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 별다른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대화 의지를 변수로 꼽았다.
북미 대화 재개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론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렸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2018년(북미 대화)에도 한국의 참여가 당연시됐던 것은 아니며, 이번에도 한국이 협상 과정에서 주변화되거나 아예 배제되더라도 김 위원장은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 석좌는 이 대통령의 종전 논의 제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축소 지시에 대해 대북 외교에 유연성을 줄 수 있는 "상호 보완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이 대통령의 제의가 그다지 큰 영향력을 미치진 않을 것 같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소통할 수 있겠지만, 한반도 대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어 서울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연합훈련 축소 지시가 대북 억지력이나 대비 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여 석좌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정밀 타격·드론 전술을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사 훈련이 축소되면 미군과 한국군은 북한의 잠재적 적대 행위에 대응할 대비 태세를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로닌 의장은 "핵심적인 동맹 연합훈련을 약화하기로 한 결정은 김 위원장의 셈법을 바꾸지 못하면서 억지력과 대비 태세만 훼손한다"며 "대화는 좋지만, 우리는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인 마크 몽고메리 전 미 해군 소장은 연합훈련이 축소되면 중국과 북한을 억지하는 미국의 능력이 약화할 뿐 아니라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확신을 동맹국에 주지 못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몽고메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확보한 기술과 장비 덕분에 더욱 강력한 전력을 갖게 된 상태라며 "이(훈련 축소)는 2018년에도 실수였지만 2026년에는 더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챈릿-에이버리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위협적이지 않은 국가'로 묘사한 것과 관련,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꾸준히 고도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해온 점을 들어 "동맹국들에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대비 태세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란전 등으로 미국의 군사 자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자원을 불필요하게 소모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17∼27일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기에는 시기가 매우 늦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전반적인 동맹의 대비 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이후 연합훈련을 취소·축소한 것을 거론하며 "당시 그 결정이 대비 태세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고 말했다.
다만 랩슨 전 대사 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훈련 축소 지시를 밝히는 과정에서 이란전 지원과 관련한 한국에 대한 불만을 함께 표출한 데 대해 "그가 동맹을 거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미 안보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의 제니퍼 카바나그 군사분석국장은 "미국이 자원과 대비 태세 모두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양자 훈련은 미국의 자원과 대비 태세를 불필요하게 소모한다"고 CNN에 말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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