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텐슈타인 여성 군주 나오나…"딸도 계승 가능"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300년 넘게 귀족 집안이 다스리는 알프스 공국 리히텐슈타인에서 여성도 세습 군주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게 됐다.
리히텐슈타인 대공 가문은 15일(현지시간) 첫째 아들이 대공 지위를 계승하던 방식에서 아들·딸 구분 없이 첫째가 물려받을 수 있도록 가문법을 개정했다고 스위스 일간 노이에취르허차이퉁(NZZ)이 보도했다.
한스 아담 2세 대공의 아들 알로이스는 이날 국경일 연설에서 "이번 법 개정으로 준비된 인물이 리히텐슈타인 공국을 통치하도록 보장하고자 한다"며 "기본적으로 (수도) 파두츠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공국과 가문의 특별한 사정에 익숙한 군주의 아들이나 딸"이라고 말했다.
대공 가문은 작년 연말부터 가족 내 성평등 문제를 논의하다가 지난 12일 투표로 법 개정을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남성 후계자가 없는 경우 외국에 사는 먼 친척이 대공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NZZ는 해설했다.
다만 현재 후계 구도상 당분간 여성 대공이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81세 고령인 한스 아담 2세는 이미 2004년 장남 알로이스(58)에게 대부분 권한을 넘겼다. 그는 이날 국경일 기념행사에도 폭염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알로이스 다음은 네 자녀 중 첫째인 아들 요제프 벤첼(31)이 대공 자리를 물려받게 돼 있다. NZZ는 알로이스가 손주를 볼 때쯤에나 새 계승 규정이 효력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히텐슈타인은 유럽에서 가장 늦은 1984년 여성에게 투표권을 줬고 지난해 첫 여성 총리 브리기테 하스가 취임했다.
리히텐슈타인은 경기 안산시 정도 면적에 약 4만명이 사는 입헌군주국이다. 오늘날 오스트리아 출신인 리히텐슈타인 가문이 1719년 세운 뒤 지금까지 대공 자리를 세습하고 있다. 대공은 상징적 국가원수인 유럽 다른 군주들과 달리 법안 거부권과 의회 해산권, 법관 임명권 등 상당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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