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벌고 국내 가격은 올린 식품기업들…경영진 월급도 인상
농심·오뚜기·풀무원 등 해외사업 호조·실적개선에도 가격 올려
상반기 오뚜기 함영준 5.4억·풀무원 이우봉 5.3억…작년보다 증가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국내 일부 식품 기업들이 해외 사업 성장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뤘음에도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기업은 경영진 보수 또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시장이 부진하고 소비자들은 고물가와 고환율 부담을 떠안고 있지만, 기업은 해외에서 성장하고 국내 판매가를 인상한 것도 모자라 경영진에는 '실적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내수 주춤해도 해외사업 호조로 실적 선방…소비자는 뒷전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2분기(4∼6월)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9천561억원, 593억원, 5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0.2%, 47.6%, 50.1% 성장한 수치다.
상반기(1∼6월) 기준으로는 매출 1조8천901억원, 영업이익 1천267억원, 순이익 1천153억으로 1년 새 각각 7.3%, 31.7%, 30.2% 늘었다.
반면 농심은 이달 1일부터 국내에서 주요 용기 라면, 스낵, 음료 등 43개 브랜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8% 인상했다.
국제 정세 속 장기간 지속된 고환율·고유가 여파로 포장재 등 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이에 따라 원가 부담이 심화한 상황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농심은 "올해 2분기 해외사업(수출 및 해외법인)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전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면서도 "고환율·고유가 여파에 따른 포장재 등 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심화하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1∼3월)와 견줘 32.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외 사업에서 확보한 성과를 국내 소비자와 나누기보다는, 국내 주력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뚜기 역시 올해 상반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0%, 0.3% 늘어난 1천46억원, 453억원으로 나타났다.
해외 매출이 각각 12.3%, 15.1% 증가하며 실적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오뚜기는 지난달 16일부터 후추류 17.0%, 당면류 10.0%, 카레류와 케첩류를 각각 6.1%씩 올린 데 이어 다음 달 7일부터는 컵라면 11개 브랜드 29개 품목과 만두 3개 브랜드 16개 품목의 평균 출고가를 각각 6.7%, 7.7% 인상한다.
풀무원 또한 올해 상반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41.9%, 26.0% 늘어난 437억원, 246억원으로 집계됐다.
풀무원은 해외 사업에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 기반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풀무원은 지난 13일부터 주요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는 총 7개 제품군(간식·김치·냉동볶음밥·소스·계란가공·만두·면 밀키트) 30개 품목의 소비자 가격을 평균 6.7% 올렸다.
이 밖에 올해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은 삼양식품, 빙그레, 오리온, 롯데웰푸드,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도 내수 시장 침체에도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 법인의 성장이 이어지며 일제히 2분기·상반기에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 6월 말과 지난달 말 각각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린 롯데칠성음료와 CJ제일제당의 경우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해외 사업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 "선제적 가격 인상"…경영진 보수도 일제히 올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식료품 가격 인상과 관련해 "현재의 비용 부담이 아닌 향후 예상되는 원가 상승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나 수익성 확보 등을 위한 결정은 아니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특히 시장 점유율이 높은 제품들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점에서 시장 지배력을 활용한 가격 결정은 아니었는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상반기 보수 공시를 보면 최근 가격을 올리고 실적도 좋은 기업들이 경영진 보수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농심 신동원 회장은 올해 농심과 농심홀딩스에서 상반기 보수로 총 14억5천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증가한 수치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올해 상반기 보수로 5억4천만원을 수령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5.9% 늘어난 것이다.
풀무원 이우봉 총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상반기 보수로 5억2천800만원을 받았다. 이 CEO의 지난해 상반기 보수는 5억원 미만으로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한 기업이 정작 경영진의 보수를 상향한 행위에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물가로 부담이 큰 상황에서 비용은 함께 나누고, 성장의 과실은 기업과 경영진이 가져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K푸드가 해외에서 잘 나가는 이유는 한류와 K컬처의 영향 덕분이기도 하다"면서 "이런 점에서 주요 식품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이윤 창출에만 골몰하는 것은 얕은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해외 사업 호조를 바탕으로 실적이 좋은 식품기업들의 경영진 보수는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빙그레 김호연 회장의 상반기 보수는 지난해 22억1천200만원에서 올해 24억200만원으로 8.6% 늘었다.
삼양식품 김정수 회장의 올해 상반기 보수는 지난해 상반기와 견줘 17.2% 증가한 8억9천417만원이었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는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로부터 상반기 보수로 각각 21억5천300만원, 16억7천400만원을 수령했다.
이를 합하면 총 38억2천7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합산 보수 대비 12.8% 증가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올해 CJ제일제당에서 상반기 보수로 지난해와 동일한 19억5천900만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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