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장기마다 노화속도 달라…혈액검사로 빨리 늙는 장기 예측"

입력 2026-08-15 06:00
[사이테크+] "장기마다 노화속도 달라…혈액검사로 빨리 늙는 장기 예측"

오스트리아 연구팀 "조직 이미지 AI로 분석, 장기별 생물학적 나이 추정"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사람은 몸 전체가 같은 속도로 늙는 게 아니라 장기마다 노화 속도가 다르고 같은 사람에게서도 빨리 늙는 장기가 있을 수 있으며, 혈액의 유전자 발현 정보로 장기별 노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과학아카데미 분자 의학 연구센터(CeMM) 안드레 렌데이로 박사팀은 15일 과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서 인간의 조직병리학 이미지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장기별 생물학적 연령을 추정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조직 시계'(tissue clock)를 개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렌데이로 박사는 "인체 조직에는 노화 과정이 매우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며 "이 연구는 조직학 이미지와 AI를 결합해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각 신체 부위의 생물학적 노화 패턴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느리게 노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지, 실제 몸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장기들은 서로 다르게 노화하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여러 조직의 유전자 발현과 조직 표본을 함께 제공하는 대규모 연구인 '유전자형-조직 발현 프로젝트'(GTEx) 참가자 983명(20~70세)의 29개 장기, 40개 조직에서 얻은 조직병리학 이미지 2만5천712장을 딥러닝으로 분석했다.

이어 각 조직의 현미경적 구조에서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특징을 찾아내 각 조직의 생물학적 연령을 추정하는 모델인 '조직 시계'를 만들었다. 또 같은 사람의 조직 이미지와 유전자 발현 정보를 연결해 장기별 노화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조직 시계가 예측한 생물학적 연령은 실제 나이와 평균 4.88년 차이를 보였다. 또 실제 나이보다 조직의 노화가 빠를수록 텔로미어가 더 짧고 조직의 병리적 변화가 많았으며, 동반 질환도 많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조직 이미지의 특징만으로도 실제 연령에 상당히 가깝게 조직 노화 정도를 추정할 수 있었다며, 이를 조직이 실제 나이에 비해 얼마나 빨리 또는 늦게 노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장기별 노화 양상도 달랐다. 폐와 난소, 갑상샘, 신장, 췌장, 부신 등은 20~40세에 노화가 가속됐고, 대장과 대동맥은 20대와 45~55세에, 뇌와 근육, 햇빛에 노출되지 않는 피부는 30~40세와 60~70세 두 차례 가속이 나타났다. 자궁은 약 45세부터 변화가 두드러졌고, 가장 빠른 노화 시점은 45~55세 폐경 시작 시기와 겹쳤다.

같은 사람 안에서도 대부분 조직이 실제 나이보다 늙게 예측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심장이나 폐, 위처럼 특정 장기 하나가 두드러지게 늙은 사람도 있는 등 장기별 차이가 확인됐다.

또 여러 장기에서 노화에 따라 조직 위축, 미세혈관 감소, 섬유화 증가 등 조직 변화가 나타났고, 세포 노화와 염증, 저산소증, 유전체 불안정성 등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 변화는 실제 연령보다 조직 시계의 생물학적 연령과 연관성이 더 강했다.

질환과 장기별 노화 분석 결과 신부전은 여러 조직의 가속화된 노화와 연관됐고, 제2형 당뇨병은 췌장 노화, 만성 호흡기질환은 폐의 생물학적 연령 증가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조직을 채취하지 않고 장기별 노화 정도를 알아낼 수 있도록 혈액의 유전자 발현 정보로 조직의 생물학적 연령 차이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독립적인 혈액 표본 1천205개를 분석한 결과 뇌졸중은 뇌, 크론병은 위장관, 알츠하이머병은 뇌 등 질환과 관련된 장기에서 노화 신호가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다만 이는 장기의 실제 나이를 혈액으로 직접 측정하는 게 아니라 혈액 정보를 이용해 조직의 노화 정도를 간접 예측하는 것이라며 향후 장기 건강과 질병 진행 추적이나 질환 조기 발견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과는 노화를 단순히 시간이 흐르면서 몸이 일정하게 변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조직의 구조와 분자 변화가 서로 얽혀 장기마다 다른 속도로 진행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 출처: Nature Medicine, Ernesto Abila et al., "Histological aging signatures enable tissue-specific disease prediction from blood", http://dx.doi.org/10.1038/s41591-026-045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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