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말리나 못말리나…유대인 정착촌 주민들의 도넘은 '서안 땅뺏기'

입력 2026-08-13 18:36
안말리나 못말리나…유대인 정착촌 주민들의 도넘은 '서안 땅뺏기'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극단적인 유대인 정착촌 운동가들의 팔레스타인 거주지 점거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집을 며칠째 봉쇄하며 생존권을 위협하는 막가파식 '땅 뺏기'에 나섰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강력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 남쪽 쿠스라 마을에서는 지난 8일부터 극단적인 정착촌 운동가들이 팔레스타인 주민 가옥 두 채의 출입구를 가로막고 통행을 전면 차단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집 문 앞에 임시 구조물과 텐트를 치고, 사실상 주민들을 감금했다.

봉쇄된 집 안에는 2살, 4살배기 어린아이를 포함한 일가족이 갇혀 있으며, 식량과 약품 공급이 끊긴 채 공포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쿠스라와 인근 잘루드 마을 외곽에 세워진 정착촌 운동가들의 불법 정착촌(Outpost) 2곳을 철거하고 이스라엘인 1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의 진압 작전은 정착촌 운동가들을 완전히 제지하지 못했다.



군인들이 현장을 떠난 지 불과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여러 명의 정착촌 운동가들이 봉쇄된 가옥 주변을 다시 배회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확인됐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정착촌 운동가들의 보복이 두려워 여전히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정착촌 운동가들의 횡포를 방관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에도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들은 불법 점거를 주도한 정착촌 운동가들을 해산하기는커녕 불법 구조물 안에서 함께 기도를 올리고 다정하게 셀카를 찍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군 당국이 부랴부랴 징계 절차에 착수하고 정착촌 운동가들의 행위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군인들이 사실상 정착민들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며 불법 행위를 묵인하고 있다고 분노하고 있다.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이스라엘군은 정예 부대를 서안 북부에 긴급 투입해 순찰과 방어 임무를 맡기기도 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서안에서는 유대인 정착민들이 대대로 살아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영구 거주지에서 몰아내고, 그 자리에 불법 정착촌을 세우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자리를 잡은 불법 정착촌은 시간이 흐르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합법적인 정착촌으로 승인받는 경우가 많다.

주팔레스타인 한국대표사무소는 이날 안전 공지를 통해 "올 상반기 유대인 정착민에 의한 서안 내 폭력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팔레스타인 주민 집중 거주 지역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고 안내했다.

대표사무소는 이어 "서안 출입 및 활동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면서 "특히 나블루스 남부 쿠스라, 잘루드 지역은 최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방문을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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