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보기관에 '작전 권한' 부여…"게슈타포냐" 반발도(종합)

입력 2026-08-13 01:51
독일 정보기관에 '작전 권한' 부여…"게슈타포냐" 반발도(종합)

위험인물 주거지 잠입해 예방 작전…해외선 해킹 등 선제 공작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정부가 테러와 각종 공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국내외 정보기관 권한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12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국내 정보기관 연방헌법수호청(BfV)과 해외 담당 연방정보국(BND) 개혁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그동안 첩보 수집에 집중해온 국내외 정보기관에 '작전 권한'을 부여했다. 국내 정보기관은 도감청을 넘어 스파이나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인물의 주거지에 잠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테러리스트 집에 몰래 들어가 폭발물 재료를 무해한 가루로 바꿔치는 식의 예방적 작전이 가능하다.

정보기관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생체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저장·분석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의심 인물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침투해 온라인 메신저 대화를 들여다보고 스파이웨어를 설치해 감시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사이버 공격 등을 차단하기 위해 IT 인프라에 대한 선제적 해킹도 가능하다. 정부는 "화학무기 또는 드론 공장 IT 시스템에 침투해 생산을 방해하거나 국가적 해커그룹 서버를 무력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제망을 교란해 러시아가 유럽 현지 '일회용 요원'에게 가상화폐로 수고비를 주고 꾸미는 각종 파괴공작을 방해할 수도 있다. 특별한 위협 상황에서는 해외에서 파괴공작 작전도 가능하다. 정부는 BND 요원이 해외로 무기를 반출할 수 있도록 전쟁무기통제법도 개정하기로 했다. 다만 인명 살상은 허용되지 않는다.

정보기관 개혁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이스라엘 모사드 등에 비해 독일 측 기관 권한이 너무 적어 테러·공작 대응은 물론 외국 정보당국과 협력도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니나 바르겐 총리실장은 "우호적인 외국 기관의 지원에만 계속 기댈 수는 없다"며 "앞으로 BND는 우리 안보와 가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파트너들과 동등한 수준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독재와 국가폭력 상징인 나치 게슈타포(비밀국가경찰국), 동독 슈타지(국가보안부)에 대한 반성으로 국내외 정보기관 권한을 제한하고 의회의 엄격한 통제 아래 뒀다. 생성한 첩보를 경찰 등 집행기관에 전달할 뿐 작전 권한은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배후로 의심되는 각종 공작의 표적이 되면서 정보기관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보기관 감독을 총괄하는 마르크 헨리히만 연방의회 감독위원장은 이달 초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폭발물을 탑재한 드론이 우크라이나 화물기를 때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러시아 드론 제조업체를 상대로 선제 작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내무장관은 "우리는 매일 스파이 행위와 파괴 공작, 사이버 공격, 외국 세력의 은밀한 작전에 표적이 되고 있다"며 "정보기관을 진정한 비밀정보기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의 정보통제와 첩보기관 권한 확대에 거부감도 작지 않다. 볼프강 쿠비키 자유민주당(FDP) 대표는 "역사적 금기를 깼다"며 "나는 독일에 비밀경찰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울리히 토덴 좌파당 국방정책 대변인은 현재 정보기관의 역할에 대해 "우리 역사, 특히 게슈타포로부터 얻은 쓰라린 교훈"이라고 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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