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강경 요구에도 담담한 트럼프…핵합의 없이 전쟁서 발빼나
6월 MOU 넘어선 이란 요구안에도 군사적 위협 대신 경제 압박만 시사
패트리엇 등 무기 급속 소진에 초조…"체면 살리며 출구 찾기 어려워져"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이란이 한층 더 강경해진 호르무즈 재개방 선결 조건을 내놨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옵션을 언급하지 않아 전쟁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사를 주변에 내비쳤다는 미 언론 보도까지 나와, 공습 재개보다는 전쟁 마무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해석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 빼기' 가능성은 그가 이란의 과한 요구에 분노하기는커녕 비교적 담담한 태도를 보이면서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이란이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SNSC)의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사무총장의 발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선결 조건으로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주변 미군 병력 철수 등 6개 요구 사항을 내놓은 것이 그 계기다.
이는 핵 문제 해결과 이란 측 요구를 교환한다는 6월 종전 양해각서(MOU) 내용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어서 미국의 반응이 주목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측의 무력 공방으로 사실상 파기된 MOU보다도 훨씬 자국에 유리한 요구를 내놓은 이란의 버티기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전쟁 향방의 중대 분수령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별로 동요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먼저 JD 밴스 부통령은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가 실제로 논의 중인 내용은 선박들의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교통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는지에 관한 것"이라며 이란의 무리한 요구 자체에 대한 논평을 삼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9일 인터뷰에서 이란 문제에 대해 '로키'로 대응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미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미국이 이란 대응 전략으로 추가 군사 행동보다 경제적 압박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놨다.
이에 더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행정부 관리들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고위 참모들에게 핵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전쟁에서 발을 뺄 의향이 있음을 비공개적으로 내비쳤다며 핵 합의 없는 종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지난해 이란 핵시설 3곳을 파괴했기 때문에 자신의 임기 동안 이란이 핵 개발을 재개할 가능성은 작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주 동안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되면 승전 선언을 할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을 해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루스소셜에 "도널드 트럼프가 이란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제목의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이미 전쟁 목표를 달성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출구를 모색하는 것은 전쟁이 길어지며 미군의 주요 무기 체계가 급속도로 소진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요격 미사일 부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겉으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군사기밀 유출자 색출을 지시하는 동시에 재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보고 받은 탄약 비축량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동시에 전쟁에 피해를 주는 폭로들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조사'를 지시했다고 지난 7일 보도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의 요격 미사일 부족 사태는 중동뿐 아니라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 대비, 한반도 대북 방위 태세 유지, 우크라이나전 지원 등 미국이 신경 써야 할 아시아·유럽 안보에 전반적인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미국이 전쟁 목표까지 수정하면서 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란의 과도한 요구로 선택지는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 모나 야쿠비안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싼 이란의 강경한 주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체면을 살리며 분쟁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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