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브라질 대선 앞두고 '反룰라' 우파정상회의 추진
중남미 우파 지도자 불러 모아 브라질 보우소나루 지원사격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남미의 트럼프'라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 맞서는 중남미 우파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경제 매체 이프로페시오날은 7일(현지시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밀레이 대통령이 파블로 키르노 외무장관에게 중남미 우파 지도자들을 초청하는 정상회의를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남미 좌파의 대부' 룰라 대통령에 맞서는 우파 후보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를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중남미 보수 진영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밀레이 정부는 아직 회의 일정과 장소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브라질 대선 1차 투표 날인 10월 4일 이전 개최를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초청 대상에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 게이코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 루이스 아비나데르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 아벨라르도 데라 에스프리에야 콜롬비아 대통령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지도자들은 브라질 대선에 공개적으로 개입하는 모양새를 부담스러워하며 참석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카스트 칠레 대통령은 룰라 정부와의 직접적인 대립에는 거리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구상은 최근 브라질과의 외교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밀레이 대통령은 최근 브라질에서 열린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의 대선 출마 행사에 참석해 룰라 대통령을 "부패한 인물", "도둑", "범죄자", "사회주의 쓰레기" 등으로 거듭 비난했다.
이에 브라질 정부는 주아르헨티나 브라질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고, 주브라질 아르헨티나 대사도 사실상 귀국을 요구하면서 양국 관계는 참사관급 대사대리 체제로 격하됐다.
브라질 정부는 아울러 아르헨티나가 지폐 인쇄 계약과 관련해 미납한 6천360만 헤알(약 175억원) 규모의 채무 상환 절차도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밀레이 정부는 갈등을 봉합하기보다 오히려 중남미 보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 정부와 이번 회의 개최를 위한 조율이 이뤄지고 있으며,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정치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밀레이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과거 중남미 좌파 연대체인 '상파울루 포럼'에 대응하는 보수 진영 협력체를 구축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새로운 지역 정치 축을 형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브라질 정치권 안팎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 오히려 룰라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 정상이 브라질 선거에 개입하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는 유권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우파 정상회의가 실제 성사되더라도 주요 참석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데다 브라질과의 외교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밀레이 대통령이 의도하는 지역 보수 진영의 결집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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