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쟁 장기화 속 정보기관에 의존…통제 강화"
블룸버그 보도…"FSB에 더 의존, 온건파 입지 약화"
"우크라 굴복 집착에 효과적 통치 어려워져"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째 이어지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고자 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FSB)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오랫동안 안보 강경파와 경제 중심의 온건파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통치해온 푸틴 대통령이 지금은 더 강력한 통제를 옹호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인식이 크렘린궁 내부에 널리 퍼졌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익명의 크렘린궁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FSB가 텔레그램의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를 '테러 지원' 혐의로 수사한 일이 이같은 분위기를 드러내는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한다.
지난달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공습에 따른 피해 영상 등을 게시한 시민들을 체포하고 처벌하는 등 정보 통제를 강화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와일드베리스의 물류 시설을 타격한 이후 경찰이 현장을 촬영한 19세 여성의 사과 영상을 공개한 일도 있다.
이처럼 흉흉한 분위기 속에 푸틴 대통령의 국내 정책 책임자였던 세르게이 키리옌고 크렘린궁 제1부실장 등 관료들의 영향력이 약해졌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키리옌코 부실장은 한때 푸틴 대통령의 오른팔이라는 평가를 받던 테크노크라트다. 그는 최근 아르메니아, 몰도바, 헝가리 등 유럽 주변국에서 러시아의 '정치적 공작'이 실패로 돌아간 것에 대한 책임론에 내몰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몇 달간 이들 세 나라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모두 친러시아 성향의 정파가 친유럽 세력에 패했다.
특히 지난 1일 저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쿠드린스카야 광장에 있는 한 이탈리아 식당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 사건으로 보안 강화를 요구하는 FSB의 목소리가 더 커졌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블룸버그는 "더 강력해진 탄압에 다른 크렘린 세력들이 저항할 여력이 거의 없다"며 "이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고 짚었다.
구소련 정보기관이자 FSB의 전신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막대한 러시아군 사상자가 발생한 데다 전비 부담 확대, 높은 금리, 서방의 제재에 따른 미미한 경제성장 등으로 국내 여론의 압박이 커지자 정보기관 의존도가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입장으로 돌아선 블로거 일리야 레메슬로가 가짜뉴스 혐의로 체포된 뒤 정신병원에 보내지는가 하면, 반전 운동가인 보리스 나데즈딘은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진을 게시한 일로 '외국 대리인' 낙인이 찍힌 뒤 러시아를 떠났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일 망명길에 오른 반전 운동가들을 처벌하는 새 법률에 서명했다. 궐석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들의 러시아 내 자산 동결, 여권 갱신 거부 등 내용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모두 FSB 내에서도 테러 대응과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제2국이 주도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06년 임명된 알렉세이 세도프 2국장은 KGB 출신으로, 푸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정도로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연초 러시아 내 모바일 인터넷 접속 제한에 앞장서 기업과 시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라고 한다.
싱크탱크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근본적인 문제는 러시아가 현실 감각을 잃었다는 느낌"이라며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려는 데에 집착하면서 효과적인 통치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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