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미국 영향력…사우디·튀르키예·파키스탄, 공동방위조약

입력 2026-08-07 21:16
흔들리는 미국 영향력…사우디·튀르키예·파키스탄, 공동방위조약

이란전쟁 계기 국제안보질서 재편 신호탄

이란·이스라엘에 맞선 '수니파 집단 안보체제' 구축

전문가 "역내 새로운 안보 구조 창출에 기여할 수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튀르키예 3국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 메카에서 공동방위조약을 체결했다.

걸프 지역 산유국들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 등 중동 전역으로 번지는 무력 충돌에 위기감을 느낀 이슬람 수니파 친미 국가들이 안보 결속을 다진 것이다.

사우디와 파키스탄, 튀르키예 정상은 7일(현지시간) 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에서 공동방위조약(일명 메카 공동방위조약)을 체결했다.

3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모든 침략 행위에 대한 집단적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약을 체결했다"며 "조약 체결 3국 중 어느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했다.

성명은 조약 체결국의 구체적인 의무 사항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번 조약이 3국의 집단 안보를 강화하고 중동을 넘어 전 세계의 평화, 안보, 안정을 증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당국자는 "이 조약에는 집단방위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오직 방위를 위한 상호 지원을 약속하는 순수 방어적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조약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며, 다른 역내 국가들에도 열려 있고 기존의 양자 또는 다자간 협정을 파기하거나 대체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 조약은 이란 전쟁을 치르면서 극명하게 드러난 이란 중심의 이슬람 시아파 벨트와 갈수록 영향력을 키우는 이스라엘에 대한 견제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으로 수년간 이어져 온 역내 분쟁이 중대 분수령을 맞은 이후,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은 사우디 등 걸프 국가를 공격하고 에너지 운송로를 봉쇄했다. 튀르키예도 전쟁 중 이란발 공격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더욱이 오랜 동맹인 미국이 역내 격변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3국은 이스라엘과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군사적 움직임이 점차 노골화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해왔다.



3국의 방위 조약은 남아시아와 중동에 걸친 막강한 '방위 카르텔'이 될 잠재력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내 2위 규모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걸프 지역의 맹주 사우디는 이슬람 최대 성지를 품고 있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이며, 파키스탄은 이슬람권 유일의 핵보유국이기 때문이다.

사우디 싱크탱크인 걸프연구센터(GRC)의 압둘아지즈 사게르 센터장은 로이터 통신에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기에 이슬람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개국이 모인 것은 안보 문제에서 긴밀히 협력하려는 역내 국가들과 중견국들의 의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3국 협력 체제가 제도화하고 구체적인 협력으로 이어진다면, 3국의 집단적 외교·국방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역내 주도적인 새로운 안보 구조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조약 체결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과 함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메카에서 움라(성지순례)를 마쳤다.

이들은 또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회동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