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난제' 자가염증질환 원인 '파이린' 활성화 원리 규명

입력 2026-08-08 03:00
'30년 난제' 자가염증질환 원인 '파이린' 활성화 원리 규명

이원용 한림대 연구팀, CDC42 변이와 파이린 결합 원리 확인

'사이언스 면역학' 게재…진단·신약 개발 단서 제시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반복적 발열과 피부발진 등을 일으키는 자가염증질환의 원인 단백질 중 하나인 '파이린'(pyrin)이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밝혀냈다.

8일 한림대 등에 따르면 이원용 한림대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와 세스 매스터스 호주 허드슨의학연구소 교수 공동연구팀은 세포골격 조절 단백질인 CDC42의 M45L 변이가 파이린의 B30.2 영역과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결합하며 염증체를 활성화하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이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에 실렸다.

염증체는 세포가 감염이나 손상 등 위험 신호를 감지하면 형성하는 단백질 복합체다.

병원체 제거에 필요한 면역반응을 일으키지만,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정상 조직까지 공격하면서 반복적 발열과 관절염, 피부발진 등을 일으키는 자가염증질환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특히 파이린을 만드는 MEFV 유전자의 변이는 대표적 자가염증질환인 가족성 지중해열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족성 지중해열 관련된 주요 변이가 집중되는 파이린 B30.2 영역이 염증체 활성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약 30년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호주의 한 가족에서 3대에 걸쳐 반복적인 발열과 복통, 관절염, 피부발진이 나타나는 환자들을 분석해 CDC42 유전자의 M45L 변이를 발견했다.

환자들은 혈중 인터류킨-18(IL-18) 농도가 높았고 환자 유래 면역세포 역시 정상인보다 훨씬 강한 염증 반응을 보였다.

세포실험 결과 변이 CDC42는 파이린의 B30.2 영역과 정상 단백질보다 훨씬 강하게 결합했고, 이 결합이 파이린 염증체 형성을 촉진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1β와 IL-18 분비를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구조 예측을 통해 M45L 변이가 파이린 B30.2 영역의 소수성 결합 부위와 맞물리면서 파이린 활성화를 촉진할 것으로도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CDC42가 먼저 파이린에 결합해 염증체 형성을 시작하는 역할을 하고, 일정 수준 이상 결합이 이뤄지면 파이린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다는 새로운 작동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파이린 활성화 과정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환자들에게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IL-1을 억제하는 치료제 아나킨라를 투여한 결과 대부분의 증상이 호전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규명한 기전이 향후 파이린 관련 자가염증질환의 진단과 치료법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사이언스 면역학에는 CDC42와 파이린 B30.2 영역의 결합과 관련한 프랑스와 일본 연구팀의 연구결과도 함께 실렸다.

이 교수는 "오랫동안 기능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던 파이린 B30.2 영역의 역할을 이해할 단서를 제시한 연구"라며 "파이린 관련 자가염증질환의 발병 원리와 환자 진단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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