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美사진병 아들 "부친과 인연맺은 소년 킴, 내겐 형제"

입력 2026-08-07 09:23
한국전 美사진병 아들 "부친과 인연맺은 소년 킴, 내겐 형제"

'킴을 찾습니다' 캠페인 주인공 모지어 씨…"과거와 연결될 기회"

"살아 있다면 80대 후반∼90대 초반…찾는다면 당장 한국 가고파"

보훈부, 미국서 국제보훈콘퍼런스 첫 해외 개최…"참전국들 더 연대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어떤 의미에서 '킴(KIM)'은 나에게 형제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국가보훈부의 '킴(KIM)을 찾습니다' 캠페인의 주인공 로버트 P. 모지어 씨는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보훈부 주최로 열린 국제보훈콘퍼런스 행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참전용사였던 부친 고(故) 로버트 H. 모지어와 한국인 소년 '킴'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모지어 씨 설명에 따르면 그의 부친은 1951∼1952년 미 해병대 소속 사진병으로 한국에 파견됐다.

그가 배치된 캠프에는 대원들의 심부름을 돕고 그 대가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얻어 가는 킴이라는 소년이 있었다. 당시 15세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킴은 전쟁으로 부친을 잃은 상태였다.

이 소년은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사진에 대한 관심이 컸고, 부친 모지어는 몇 달간 그와 시간을 보내며 많은 것을 알려줬다고 한다. 친분이 깊어지면서 소년의 집을 방문해 그의 모친과 할아버지, 누이를 만나기도 했다.



모지어 씨는 "아버지는 내가 17살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버지를 한 남자로서 제대로 알 기회가 없었다"며 "아버지가 사진과 글을 기고했던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나중에 보고서야 비로소 아버지와 킴의 관계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1953년 발간된 내셔널지오그래픽에는 부친 모지어가 촬영한, 활짝 미소 짓는 킴의 사진이 담겨 있다.

부친 모지어는 파병를 마친 뒤 미국에 돌아오면서 킴을 입양하는 방안도 고민했으나, 그가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이를 포기했다고 한다.

모지어 씨는 킴을 찾는 일이 자신에게 "과거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라며 "전투에 투입됐으면서도 어린 소년을 돕고자 했던 아버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킴이 살아 있다면 80대 후반에서 90대 초반 정도 됐을 것 같다"며 "킴을 찾을 수 있다면 내 인생에 남아 있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킴이 혹시 이 인터뷰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느냐'는 질문에는 "당장 한국에 가서 만나고 싶다"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해병대에서 복무한 부친의 영향을 받아 공직의 길을 택했다. 현재 버지니아주 라우던 카운티에서 부보안관으로 근무하며 지역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모지어 씨는 이 같은 사연을 이날 국제보훈콘퍼런스의 만찬 행사에서도 소개했다. 보훈부는 모지어 씨의 요청에 따라 보훈부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킴에 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올해 21회째를 맞은 국제보훈콘퍼런스는 이번에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최됐으며 미국이 첫 개최지가 됐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과 튀르키예, 프랑스, 필리핀, 태국 등 5개 참전국 보훈담당 고위급 당국자, 미군 참전용사와 가족, 한미 역사 교사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강윤진 보훈부 차관은 개회사에서 "76년 전 한국전이 발발했을 때 22개국이 유엔의 부름에 응해 참전을 결정해줬다"며 "우리가 유엔의 이름 아래 하나가 됐듯이 22개 참전국이 더 연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198만명의 유엔 참전 용사들을 거론하며 "유엔 참전용사가 보여준 희생과 헌신, 용기는 결코 잊혀져선 안 될 소중한 가치"라며 "이 참전용사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예우해야 하는지를 꼭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차관은 미국이 올해 건국 250주년을 맞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건국 250주년의 핵심 가치는 자유라고 생각한다"며 "그 자유를 잘 지켜낸 모범 사례가 한국전쟁"이라고도 강조했다.

참전국들의 한국 주재 대사들도 영상 축사를 통해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렸다.

제임스 헬러 주한미국대사관 부대사(공관차석)는 "보훈부가 한국이 아닌 첫 (해외) 개최지로 미국을 선정해줘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자유 수호를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운 우리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오늘날 한국의 번영과 자유를 보며 이를 위해 싸울 가치가 있었다고 말한다"며 "우리 모두는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중요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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