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도 광고 전화에 칼 빼들어…"소비자가 명시적 동의해야"

입력 2026-08-06 23:22
프랑스도 광고 전화에 칼 빼들어…"소비자가 명시적 동의해야"

규정 위반 시 최소 억대 과징금…모로코는 콜센터 일자리 타격 우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가 소비자를 원치 않는 판촉 전화로부터 보호하고 취약 계층을 사기성 상업 행위로부터 지키기 위해 오는 11일부터 사전 동의 없는 텔레마케팅 전화를 전면 금지한다.

6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소비자가 사전에 명시적으로 동의한 경우에만 기업이 전화할 수 있도록 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을 도입한다.

기존에는 광고 전화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 정부가 운영하는 수신 거부 명단에 자기 전화번호를 등록해야 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일부 콜센터가 이 명단을 무시하고 계속 마케팅 전화를 걸었다고 지적해 왔다.

프랑스 공정경쟁국(DGCCRF)의 알리스 빌코 비서실장은 "이제 기업은 사전 동의 없이 소비자에게 연락하는 것이 금지된다"며 "소비자는 언제든지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 조치가 수년간 이어진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약 4분의 3은 매주 한 통 이상의 원치 않는 광고 전화를 받고 있으며, 상당수는 그보다 훨씬 많은 전화를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4년에는 소비자단체 11곳이 공동 성명을 내 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로 걸려 오는 수많은 텔레마케팅 전화는 소비자에 대한 집요한 괴롭힘"이라고 규탄했다.

새 법에 따르면 앞으로 불법 광고 전화를 건 개인은 전화 한 통당 최대 7만5천유로(약 1억2천만원), 기업은 최대 37만5천유로(약 6억1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빌코 비서실장은 지난해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한 기업이 '수신 거부 목록'에 등록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600만 유로(약 9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새 규정이 적용되더라도 기업이 기존 계약 관계에 있는 고객에게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할 때는 광고 전화가 허용된다.

프랑스의 새 규정은 지중해 건너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모로코의 유네스 세쿠리 고용 장관은 이번 조치로 자국 콜센터 부문의 일자리 최대 5만개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 세쿠리 장관은 해당 산업이 모로코 내에서 약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로코는 낮은 인건비와 프랑스어 구사 인력, 상대적으로 약한 노동조합 덕분에 국제 기업, 특히 비용 절감을 꾀하는 프랑스 기업에 매력적인 아웃소싱 거점으로 성장했다.

모로코 아웃소싱 서비스 연합의 유세프 크라이비 회장은 현지 일간지 르마탱과 인터뷰에서 프랑스 시장이 역사적으로 해당 산업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해 왔다고 말했다.

광고 전화 금지 조치는 이웃 국가들에서 먼저 시행됐다.

독일은 이미 2009년부터 유사한 금지 조치를 시행해 오고 있고 네덜란드도 지난달 텔레마케팅 전화에 대한 규정을 강화했다. 네덜란드는 기존에도 원치 않는 광고 전화는 금지됐지만, 이제는 기업이 기존 고객에게도 사전 허가 없이 판촉 전화를 할 수 없게 됐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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