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호의'에 의존하게 된 빅테크들, 괜찮을까?
자산운용사 허틀앤코 CIO "투자자들의 '편안한 착각'"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세가 된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주가는 여전히 돈 잘 벌던 시절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괜찮은 걸까?
자산운용사 허틀앤코(Hirtle & Co.)의 브래드 콩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분기 투자 전망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편안한 착각'을 하는 건 아닐까 의문이 든다"고 했다.
한때 일부 빅테크들의 막대한 잉여현금흐름(FCF)이 갑자기 사라졌는데도 투자자들이 이를 무시하는 이유는 이런 현상이 단지 일시적인 것이며, 곧 다시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반사적인 가정" 때문이라고 그는 봤다.
콩거 CI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낯선 사람의 호의'에 의존하는 상황인데, 실제로는 이들 기업의 국채 대비 스프레드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줄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낯선 사람의 호의'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여주인공 블랑쉬 듀보이스의 대사를 인용한 말이다. 스스로 삶을 꾸려나갈 능력을 잃고 정신적으로 무너진 주인공이 마지막 장면에서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면서 이 대사를 남겼다. 오로지 타인의 호의에 기대야만 하는 처량하고 위태로운 처지를 상징하는 말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달 22일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주가는 잠시 출렁였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9% 넘게 오른 상황이다.
메타플랫폼도 지난달 29일 분기 실적 발표에서 잉여현금흐름이 지난해 85억5천만달러(약 12조2천억원)에서 90% 이상 쪼그라든 7억8천만달러(약 1조1천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때보다 지금 주가가 더 높다.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 지금까지 5천700억달러(약 812조원) 규모의 AI 관련 채권이 발행됐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하이퍼스케일러가 발행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콩거 CIO는 지난달 닛케이의 보고서를 인용, 5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장부외 부채 총액도 1조6천500억달러(약 2천350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2028년까지 블룸버그 미국 우량등급 채권의 5%를 넘는 규모다.
로이터 통신은 이들 5개사가 아직 개시되지 않은 시설·토지 임대계약에 따라 지급해야 할 금액이 1조900억달러(약 1천558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부분 AI 데이터센터 관련으로, 아직 대차대조표상 부채로 계상되지 않은 금액이다. 이들 5개사의 대차대조표상 인식된 리스부채 2천850억달러(약 407조원)의 거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전망을 모두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웰스파고의 권오성 주식 전략가는 "지난주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 발표가 AI에 대한 비관론을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고 평가했다.
AI 관련 자본지출(CAPEX) 사이클이 시작된 이후 추가 투자자본수익률은 하락했지만, 여전히 10년 평균보다는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매우 좋은 실적을 발표했다"면서 "추가 투자액 대비 25%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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