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타 사태에 놀란 EU 긴급회의…국경 강화 등 재발 방지 논의(종합)
스페인에 연대 표명해 갈등 봉합 시도…"유럽, 국경안보 시험대 통과" 자평도
스페인 내무 "난입한 이민자 7만 2천명…7만명은 이미 귀환"
(브뤼셀·파리=연합뉴스) 현윤경 송진원 특파원 =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자치령인 세우타에서 발생한 대규모 월경 사태로 이주민 유입에 비상이 걸린 유럽연합(EU)이 4일(현지시간) 긴급 내무장관 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화상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향후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대다수 EU 회원국이 스페인의 관대한 이민 정책을 비판하자 이에 스페인이 반발하며 조성된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회의를 주재한 마그누스 브루너 EU 이민 담당 집행위원은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에 전적인 연대를 표명한다"면서, 세우타 지역의 외부 국경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긴급 재정 지원을 포함한 지원책을 스페인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세우타에서는 지난 달 말 불과 24시간 내에 수만 명의 이주민이 모로코에서 집단으로 넘어오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해 유럽을 충격에 빠뜨렸다.
세우타로 진입했던 이들 대부분이 당일 모로코로 자발적으로 돌아갔고, 이들 가운데 유럽 본토에 도달한 사람도 전혀 없어 상황이 비교적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단시간 내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불법 월경 사례에 유럽은 시리아 내전이 한창이던 2015년과 같은 대규모 난민 유입 재연 가능성을 경계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브루너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우타 사태는 범죄 밀입국 조직과 소셜미디어에 퍼진 허위 정보로 촉발됐다면서, 스페인이 최근 단행한 중남미 출신 미등록 이주민들에 대한 대규모 합법화 조치와 이번 일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불법 체류자에게 합법적 체류 자격을 대거 부여하는 스페인의 정책이 나머지 EU 회원국들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탈리아와 덴마크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스페인 정부의 이민자 포용 정책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스페인에서 다른 유럽 국가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에 대해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스페인의 반발을 부른 바 있다.
세우타 사태 발발 직후 EU 회원국 22개국은 EU 지도부에 서한을 발송해 스페인이 EU의 외부 국경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산체스 총리의 이민자 포용 정책을 공개적으로 저격한 바 있다. 프랑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4개국은 해당 서한에 서명하지 않았다.
브루너 집행위원은 이번 사태를 둘러싼 이같은 내홍을 의식한 듯 "지난 며칠은 유럽의 회복력과 외부 국경의 안보를 가늠하는 시험대였다"면서 "내 생각에는 유럽이 이 시험을 확실히 통과했다"는 자평도 내놨다.
그는 "(세우타로 진입한)사람들은 (유럽 내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한)솅겐 지역에 진입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국경의 안전도 신속하게 확보됐다"면서 "이제 중요한 것은 EU가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유럽 내 국경 검문 강화, EU 국경관리 기구인 프론텍스 역할 확대 등 세우타 사태로 드러난 이주민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유럽의 공동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하반기 EU 순회의장국인 아일랜드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EU 장관들은 EU 외부 국경 보안 강화와 함께 이주민 밀입국 알선 조직 단속, 송환 절차 강화, 제3국과의 협력 확대, 소셜미디어 감시 등 이상 징후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필요성에 공감했다.
페르난도 그란데-마를라스카 스페인 내무장관은 이날 회의 후 언론 브리핑에서 모든 국가가 "건설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스페인의 신속한 대응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울러 세우타에 넘어온 이민자 수가 애초 알려진 약 6만명보다 많은 7만2천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7만명이 모로코로 돌아갔다고 밝혔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그는 현재 세우타에 남아 있는 이민자들의 체류 자격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으며, 스페인에 머물 권리가 없는 사람들은 모로코로 전부 송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란데-마를라스카 장관은 이번 사태로 인해 EU의 솅겐 지역이 "어떤 식으로든 위협받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2차 이동은 없었으며, 그럴 가능성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현지 상황과 관련해 AP통신은 세우타 당국을 인용해 현재 약 860명의 미성년자가 모로코에 돌아가지 않고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법상 망명 신청이 거부된 성인 이민자는 추방 절차를 밟게 되지만 성인을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는 스페인 당국이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세우타 자치정부는 이날 넘쳐나는 미성년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창고 두 곳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 시설들만으로는 모든 아동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경우 본토의 이민자 센터로 이송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AFP통신은 스페인 당국자를 인용해 세우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이주민 수가 75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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