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증시 긴급조치권한 확보 착수…금융위기·코로나 복기
단일종목 레버리지 배율조정 염두…"변동성 완화에 효과"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김지연 기자 = 금융당국이 증시를 뒤흔드는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겨냥해 긴급조치권이라는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16일 기본예탁금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보완책에 이어 30일 발표한 추가 대책 일환으로, 글로벌 반도체 종목 쏠림 현상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겹쳐 극도로 높아진 시장 변동성을 관리한다는 차원이다.
이와 함께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모의거래 의무화, 거래비용 부담 등도 추진한다.
정부는 별도 시한을 정하는 대신 최대한 신속하게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총력을 모으는 모습이다.
◇ '변동성 완화' 배율 조정이 핵심…거래제한 포함 주목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긴급한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최근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배율 사례를 참조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지난달 24일 자산운용사 운용 역량에 따라 사전 기준 설정·공시 등을 거쳐 상장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배율 조정을 허용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우리도 별도의 법령 개정에 구애받지 않고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현재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배율을 낮추는 방안이 핵심으로 거론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2배인) 배율을 낮출 경우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수익자총회나 투자자 부분을 어떻게 고려할 거냐는 법안 과정에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시장 안정화나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있는 긴박한 상황이 있을 경우 현재 2배로 설정된 배율을 하향 조정할 수 있도록 반영될 수 있다.
현행법상 수익자 이익과 관련된 것은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한다는 해석에 따라 정부가 적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작용한 부분도 있다.
수익자총회는 출석한 수익자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된 수익증권 총좌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로 결의해야 한다. 수익과 직결된 배율 조정 문제도 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변제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이 지난달 16일 첫 대책 브리핑에서 "현실적으로 2배로 출시된 상품을 1.5배로 낮추기 위해서는 수입자총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주주총회보다 더 힘들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부는 개정안에 조치 기한은 상한으로 두고 배율은 하한선을 설정하는 등 방식으로 운신의 폭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배율 조정은 당초 상품 취지에서 벗어나는 만큼 적극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홍콩에서 배율 조정 제도가 도입되고 증시가 극도로 출렁이면서 입장을 선회했다.
일각에서는 거래제한 또는 정지까지 포함될 수 있을지 주목한다.
일례로 금융위원회는 불공정거래와 불법 공매도에 최대 5년의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작년 4월 자본시장법을 개정했다.
다만 이는 주식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부 종목을 규제 대상으로 특정하면 포괄적 조치권의 당초 취지와 괴리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시장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조치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메인이 단일종목 레버리지고 다른 대상을 포함해야 하는지는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시장이) 여러 차례 혼란을 겪었는데 긴급조치로 할 수 있는 권한이 많으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겠다고 느꼈던 상황을 복기하면서 사례를 수집 중"이라고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등 증시 변동성이 극심했던 전례를 들여다보고 당시 정부가 필요하다고 봤던 조치 중 적용할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 업계가 제안한 '레버리지 투자한도'…"예탁금과 보완적 개념"
투자한도 설정과 모의거래는 더 빨리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한도 설정은 업계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증권사가 계좌별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한도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는데, 당국은 쏠림 방지를 위해 20% 수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증권사마다 한도가 다르면 한도가 더 높은 곳으로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시행한 기본예탁금 상향 조치가 소액 투자자 진입을 염두에 뒀다면, 투자한도 설정은 거래금액이 비교적 큰 투자자를 겨냥한 성격이 있다.
한 당국자는 "아래쪽 허들은 예탁금, 위에 실링(천장)은 투자 한도로 누르는 것"이라며 "서로 보완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시행 중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자 교육이 '이론'에 초점을 맞췄다면 모의거래는 '실기'에 가깝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물 파생이나 공매도는 실제로 투자하기 전에 모의거래를 하도록 만들어놨는데 이걸 레버리지 상품에도 도입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1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올린 예탁금의 추가 상향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시스템은 이미 갖춰진 상태라 필요하다면 비교적 쉽게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천만원 미만 계좌가 대다수인 만큼 일정 부분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일단 지켜본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시행 첫날인 지난달 31일 거래대금이 전날 '4분의 1' 수준 급감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목(인버스 포함)의 거래대금은 약 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12조4천억원)의 4분 1, 29일(15조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최근 거래대금이 적었던 지난 27일(7조4천억원)과 28일(8조2천억원)보다도 적다.
정부는 전문투자자만 거래하도록 제한하자는 시장 일각 목소리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한 당국자는 "공모를 통해 발행한 상품인데 전문투자자만 거래하게 하면 상품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개인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ykbae@yna.co.kr,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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