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담합' 제재 앞두고 딜러사 촉각…"국채인수 위축 우려"
정보교환 담합·과징금 기준 쟁점
美 유사 소송은 '담합 합의 입증 부족'으로 기각
(서울=연합뉴스) 강수지 기자 = 국고채 입찰 담합 사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심의가 다가오면서 국고채전문딜러(PD)사들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가 국고채 경쟁입찰 과정에서 이뤄진 딜러사 간 정보 교환을 담합으로 인정할지, 과징금 산정 기준을 어떻게 잡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제재 수위에 따라 향후 국채 인수 지원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19일과 20일, 26일 세 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증권사 10곳과 은행 5곳의 입장을 청취한 뒤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전원회의 일정은 일주일가량 순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달 둘째 주 사전 의견 청취 절차가 진행된 뒤 전원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각 PD사에 자료제출요청(RFI)을 보내 영업수익, 비경쟁수익, 금융지원 관련 수치 등을 지난달 31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원칙적으로 낙찰금액을 과징금 산정 기준으로 본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기준과 제재 수위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PD는 국고채 발행시장에서 인수 등에 관한 우선적 권리를 부여받는 대신, 유통시장에서 매수·매도 호가를 상시 제시해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시장조성자로서의 의무를 수행한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PD 제도는 국고채 시장 활성화를 통해 금융시장 구조를 선진화하고 정부의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됐으며, 국내 채권시장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 담합이냐 아니냐…과징금 규모도 안갯속
첫 번째 쟁점은 딜러사 간 정보 교환을 이른바 '정보교환 담합'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공정위는 15곳의 PD사들이 국고채 경쟁입찰 과정에서 금리와 가격, 물량 등 정보를 사전에 공유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PD사들은 부당 이득을 위한 담합이 아니라 국고채 시장 특성상 이뤄지는 통상적인 시장 동향 파악에 가깝다고 반박한다.
국고채는 이미 유통시장에서 실시간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고 입찰 금리도 시장금리와 대내외 지표를 반영해 결정되는 만큼, 일부 딜러사 간 정보 교환만으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사안에 정통한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국고채 입찰은 일반적인 입찰 담합과 다르다"며 "이미 유통시장에 시장가격이 있고 실시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담합을 하려 해도 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쟁점은 과징금 산정 기준이다.
공정위는 입찰의 경우 관련 매출액을 계약금액으로 하도록 규정돼 있어, 낙찰금액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낙찰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할 경우 과징금이 8조∼11조원에 이르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반면 PD사들은 낙찰금액이 매출액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며, 개별적으로 법무법인을 선임하는 한편 영업수익 중심으로 기준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채권은 몇 bp(1bp=0.01%포인트)를 남기는 비즈니스"라며 "낙찰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매기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다만 영업수익 산정도 간단치 않다. 각 사별 보유 기간이나 운용 방식에 따라 수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산정 기준을 영업수익으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된다는 일부 보도가 나왔으나, 공정위는 "낙찰금액이 아닌 영업수익으로 검토한 바 없다"며 공식 부인했다.
◇ 제재 수위 따른 시장 영향 우려…美서도 장기간 유사 소송
업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제재 결과가 PD 제도 운영에 미칠 영향이다. PD는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국고채 인수·입찰 실적을 채워야 하며, 이는 정부의 국채 발행을 뒷받침하는 역할과 맞물려 있다.
과징금 부담이 과도할 경우 PD사들이 적극적인 입찰 참여와 인수에 나서기 어려워 시장 조성 지원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제재 대상 기업들의 입장인 만큼, 실제 담합 성립 여부와 경쟁 제한성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서도 국채 입찰을 둘러싼 정보교환 의혹이 당국 조사와 민사소송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는 법무부의 국채시장 조작 조사 보도가 나온 뒤 관련 민사소송이 2015년 7월 시작됐고, 연기금 등 투자자들은 대형 딜러은행들이 국채 경매 과정에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고 담합 입찰을 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사건처럼 국채 발행시장에서 딜러들의 정보교환이 통상적인 시장 동향 파악인지, 반경쟁적 합의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장기간 소송 끝에 미국 법원은 항소심까지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은 2022년 소송을 기각했고, 미 제2연방항소법원도 2024년 2월 1일 이를 유지했다. 항소법원은 채팅방 대화가 대체로 향후 입찰과 시장 상황에 대한 의견 교환 등 '시장 대화' 수준에 그쳤고, 실제 입찰 조율 합의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원고 측이 증거로 제시한 통계 분석도 개별 피고 은행의 행위보다 20곳이 넘는 PD 전체 자료와 장기간 평균값에 의존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달 전원회의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이르면 이달 중 제재 수위가 확정될 수 있다. 다만 정보교환 담합 인정 여부와 과징금 산정 기준을 둘러싼 쟁점이 많은 데다, 전원회의 일정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어 결론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는 PD사들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입장이며, 회의 일정과 제재 수위 등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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