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전 재개한 美·이란 폭풍전야…중동전역 포화에 트럼프 선택은

입력 2026-07-31 00:40
교전 재개한 美·이란 폭풍전야…중동전역 포화에 트럼프 선택은

美 나흘만의 공습, 이란도 맞불…사우디·요르단·이라크로 전선 확대

전면전 위기 다시 고조…트럼프, 호르무즈·核 해결 못한 채 진퇴양난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이 사흘 만에 교전을 재개하면서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사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된 전선은 '폭풍전야'의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미 중부사령부가 29일(현지시간) 단행한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인접한 이란 남부 곳곳에선 폭격음이 들렸다. 대(對)이란 공습을 지난 25일 중단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다시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요르단의 미군기지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우리 차례"라며 대대적인 공습을 지시했다. 다만, 이달 초 휴전 파기를 선언하고 13일 내리 진행했던 것처럼 연쇄적인 공습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은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라크 내 친(親)이란 민병대를 타격했다. 사우디는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의 예멘 근거지도 다시 공격했다.

이란도 맞불을 놨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30일 "미국 시설에 보복하겠다"고 공언한 뒤 요르단 미군기지를 공격, 전투기와 병력에 피해를 줬다고 발표했다. 요르단은 이란이 쏜 미사일 5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공습의 규모에선 미군이 IRGC에 비해 압도적이지만, 이란은 중동 각지의 대리 세력을 통해 전장을 넓게 쓰는 모습이다. 후티 반군이 홍해를 위협하는 와중에 이란은 이라크의 반(反)이란 쿠르드 민병대를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항구에선 미국 유조선을 포함한 선박 두 척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공격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동 국가들에 대한 이란의 게릴라식 공격 과정에서 발생한 점이 주목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를 오가던 공방전이 사우디, 이라크, 요르단, 이집트, 예멘 등으로 확산한 셈이다.

아직 산발적 공격과 반격이 이뤄지는 수준이나,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면전에 나설 경우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려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의 발리 나스르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란의 대응은 전장을 훨씬 더 넓게 확대하는 것이며, 따라서 미국은 더 광범위한 전장을 방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는 전쟁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자신이 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의 예상이 점차 빗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에선 전면전 재개 여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달린 상황이라면서 현재의 정세를 "폭풍 전의 고요"(월스트리트저널·WSJ), "확전의 문턱"(NYT) 등으로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을 통한 해법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미군의 화력과 경제 봉쇄를 통한 우위를 자신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이 여러 차례 공언한 이란의 민간 인프라 타격에 대해 "그렇게 하면 누구를 해치게 되는가"라며 "(이란) 국민들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400억달러 가까이 쏟아부은 전쟁 비용의 부담과 절반 이하로 줄어든 요격미사일 재고 등을 이유로 전면전에 신중론을 펴는 작전 참모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이란의 핵 문제가 전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이란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쉽사리 중동에서 발을 빼지 못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미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 모나 야쿠비안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 문제는 물론 이란의 핵 야망과 전쟁의 초기 원인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적대행위와 일시적 소강상태의 반복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이란 새 지도부의 기류를 오판한 채 모호한 내용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서두르면서 화를 자초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나스르 교수는 이란의 과거 지도부는 미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더라도 자국 내 정치적 위상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자제했지만, '약속대련'식의 조율된 보복 공격은 "옛 하메네이의 방식"이라며 새 지도부는 한층 과격하고 과감해졌다고 봤다.

미 싱크탱크인 중동연구소의 케네스 폴락 정책담당 부소장은 WSJ에 "MOU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며 MOU가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에 대한 미·이란 양측의 아전인수식 해석을 낳아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짚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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