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전 출구전략 갈팡질팡…NYT "구미맞는 선택지 없어"
측근들 인용해 보도…"트럼프 상당히 좌절, 평소보다 더 변덕스러운 모습"
'확전·경제적 압박·승리선언 및 철수' 중 마땅한 선택지 없는 딜레마
美 요격미사일 재고 부족 노출로 시진핑·푸틴에 '잘못된 신호' 우려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내겐 국제법이 필요 없다. 나를 막을 유일한 것은 나의 도덕성뿐"이라고 했다.
국제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미국우선주의'를 위한 패권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노골적인 의지 표명이었다. 권력에 한계가 없다는 제왕적 과시이기도 했다.
그러나 6개월 반이 지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권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침실에서 끌어내 미국으로 압송하는 군사작전을 감행하며 내보인 자신감은 온데간데없고 마땅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이란전쟁의 진창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NYT는 26일 '트럼프가 이란전에 갇힌 것 같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처지를 짚었다.
이란전쟁이 5개월 가까이 늘어지고 협상 동력이 사실상 실종되면서 유가가 다시 오르고 주식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호르무즈 해협도 모자라 홍해와 아덴만 사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도 위기감이 커지는 형편이다.
대대적 공격으로 이란전쟁을 끝내버리고 싶어도 여론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확전이 이란전쟁 종결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좌절한 상태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평소 예측 불가능성을 무기로 삼아온 트럼프 대통령 기준에서도 최근에는 더욱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핵협정이다.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협정이라 사우디로서는 숙원 성취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조건으로 내걸며 사우디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웃이자 최우방인 캐나다에는 5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이 제공하는 안전보장을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해 국제사회를 엄청난 혼란에 빠뜨렸다가 이내 번복하기도 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전히 이란전쟁을 떨쳐낼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내내 이란에 대한 확전을 위협해왔으나 금요일인 24일 내각회의에서 이를 포기했다고 NYT는 전했다.
발전소 등 핵심 인프라를 포함한 대대적 공습을 하더라도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제대로 복귀시킬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참모진 평가에 따른 것이다.
미군의 요격미사일이 급속히 소진되는 상황도 확전 포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13일 연속으로 무력 공방을 벌이면서 요격미사일 재고가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JD 밴스 부통령과 댄 케인 합참의장이 확전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케인 합참의장은 전쟁 전부터 무기 비축량 소진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밴스는 대이란 협상의 미국 수석대표다.
미국으로서는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같은 상황을 호재로 여기고 도발적 행보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이란 해상봉쇄 복원을 비롯해 경제적 압박의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간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견디며 생존해온 이란 정권이 금방 붕괴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발을 빼는 방안도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승산 없는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이란에 넘겨준 미국 대통령'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이란이 은밀하게 핵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이란의 핵 보유 저지라는 전쟁의 명분 자체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NYT는 "권력에 한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한계를 발견했다"며 이란전을 끝내기 위한 "각각의 선택지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에 안 맞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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