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산불, 와인 산지 보르도까지 위협…30만명 넘게 대피(종합)

입력 2026-07-26 23:34
프랑스 산불, 와인 산지 보르도까지 위협…30만명 넘게 대피(종합)

남서부 지롱드서 파리 4배 면적 불타…강풍에 계속 번져

스페인 확산 둔화에도 통제 아직…총리 "어려운 시간 남아"

교황 "산불 피해자·구조대원 위해 기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프랑스와 스페인에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면서 26일(현지시간)까지 30만명 넘는 주민과 관광객이 대피했다.

기상 여건 악화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불길은 이날 오전 프랑스 와인 생산지 보르도에서 약 15㎞ 떨어진 지점까지 번졌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AP·AFP 통신이 전했다.

보르도가 있는 지롱드 데파르트망(광역 자치권) 당국자들은 지난 밤사이 5개 마을에서 5만5천명을 추가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지역 대피자 수는 22만명으로 늘었다. 완전히 파괴된 주택은 240채이고, 부분적으로 파손된 주택은 그보다 많다고 한 당국자는 전했다.

로랑 누네즈 프랑스 내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극히 강렬하고 예측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롱드와 접한 랑드 데파르트망에서도 산불로 3만6천명이 대피했다.



올여름 잇단 폭염으로 수풀이 극히 건조해진 데다 강풍이 불어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지롱드에서만 파리의 4배 면적인 4만2천헥타르(420㎢)가 탔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아후로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다. 올해 들어 탄 면적은 모두 9만8천헥타르다.

토마 카제나브 보르도시장은 도시 외곽으로부터는 약 15㎞, 도심으로부터는 25∼30㎞ 앞까지 불길이 닥쳤다고 말했다. 보르도로 이어지는 철로와 고속도로 일부 구간도 폐쇄됐다.

보르도 외곽의 에진에서는 대대적인 대피령이 내려진 틈을 타 한 남성이 빈 주택에서 고급 그랑크뤼 와인 44병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프랑스 전역에서 소방관 2천500명과 소방 항공기 18대, 군 수송기까지 동원됐다. 투르드프랑스 최종 코스 보안 인력 일부가 산불 현장에 재배치되면서, 당초 133㎞였던 마지막 코스는 89㎞로 단축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밤 "불길이 우리나라를 심각한 시험대에 올린 이 시간 프랑스는 단결을 보여주고 있다"며 "재건하고 복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과 포르투갈, 스웨덴, 크로아티아 등 지원해준 국가들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역시 최악의 산불을 겪고 있는 스페인과 그리스, 이탈리아에도 위로를 전했다.

스페인에서는 산불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돼 마드리드와 아빌라, 발렌시아 지역에 군인 1천200명, 차량 400대가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마드리드와 아빌라, 톨레도, 카스테욘 등에 인접한 도로 최소 37개 구간이 폐쇄됐다.

마드리드 지역에서 진화 작업에 진전이 있어 산불 확산 속도는 둔화했으나 완전히 통제된 것은 아니라고 당국자들이 밝혔다.

펠리페 6세 국왕은 마드리드 외곽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를 방문해 취재진에게 "지지와 연대를 표시하고자 왔다"며 "정말 힘든 시간을 겪은 이들, 집에 나흘이나 못 돌아가고 있는 이들, 많은 걸 잃은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펠리페 6세는 "우리 모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자연유산을 잃었고 아직도 큰 위험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마드리드 지역에서는 약 6만명이 대피했으며 아빌라에서 3만명, 카스테욘에서 1만5천명이 대피했다.

발렌시아 마니세스에서는 한 차량에서 고령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스페인 환경부에 따르면 스페인 전역에서 올해 들어 산불로 15만3천헥타르 면적이 탔다. 작년 같은 기간 소실 면적은 2만4천헥타르였다.

아빌라를 방문 중인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어려운 시간이 남아 있지만, 여기서 업데이트된 정보를 보면 밤사이 진화 작업은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여름 별장인 카스텔 간돌포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하면서 "프랑스와 스페인의 여러 지역을 휩쓴 산불과 관련해 연대를 표시하며 모두에게 피해를 입은 이들, 구조대원들을 위해 기도하기를 청한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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