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브라질, 美당국자에 비자 거부…"선거 개입 시도"
美국무부 차관보 등 '선거 관련 당국자 면담' 목적 비자 신청했지만 불허
룰라 정부 '전자투표 흠집내기 시도' 판단…트럼프, 중남미 정치개입 논란 지속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브라질 정부가 자국 선거 시스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것으로 판단한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 2명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브라질 외무부는 최근 라일리 반스 미 국무부 차관보와 새뮤얼 샘슨 부차관보의 비자 신청을 불허했다.
이들은 며칠 내 브라질리아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브라질 정부는 미 대표단의 방문 계획을 파악한 뒤 입국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스 차관보 등은 브라질 비자 신청 시 "선거 과정에 관여하는 당국자들과 면담 예정"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브라질에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할 계획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브라질 정부는 오는 10월 4일 대선을 앞두고 미 대표단이 선거 회의론자들을 만나 전자투표 시스템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정당성을 떨어뜨릴 목적의 보고서를 작성하려는 것으로 판단했다.
브라질 고위 외교관은 WP에 미국의 계획에 대해 "브라질 민주주의와 전혀 양립할 수 없는 계략"이라며 "(브라질 정부가) 투표 제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남미 정치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콜롬비아 대선 당시 우파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당선인을 공개 지지했으며,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칠레 대선 후보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등에 대해서도 지지를 표명했다.
브라질에서는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과 맞붙을 예정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룰라 당시 후보에게 열세를 보이던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브라질 전자투표 시스템에 부정선거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이에 당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보우소나루 정부에 의혹 제기를 중단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가택연금 상태다.
플라비우 상원의원 역시 최근 외국 정부에 참관단 파견을 요청하는 등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룰라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계속해서 갈등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브라질에 50% 관세를 예고하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