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최악 산불에 26만명 대피…투르드프랑스도 타격(종합2보)
프랑스서 총 19만7천명 피신…군 수송기 진화 작업에 투입
보안 인력 화재 현장 배치에 투르드프랑스 26일 최종 코스 구간 단축
국가 비상사태 선포한 스페인서 7만명 대피…동부 산불로 1명 사망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와 스페인을 덮친 최악의 산불로 25일(현지시간) 현재까지 모두 26만명 넘는 주민이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가용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현장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로랑 누네즈 내무 장관은 이날 낮 상황 브리핑에서 지난 22일 남서부에서 시작된 산불이 계속 번져 현재까지 지롱드 데파르트망(광역 자치권)에서만 4만㏊ 이상이 불에 탔다고 밝혔다. 이를 포함해 올해 1월부터 프랑스에서만 약 9만8천㏊가 불에 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장관은 덧붙였다.
지롱드는 대서양에 연한 지자체로,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가 중심 도시다.
인명 피해는 아직 없지만 현재까지 지롱드에서만 16만7천명이 대피했다고 누네즈 장관은 발표했다.
지롱드와 접한 랑드 데파르트망에서도 산불로 3만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로 프랑스에서만 모두 19만7천명이 대피한 상태로, 불길이 번지는 상황에 따라 추가 대피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지롱드 지방행정관인 소피 브로카는 이날 오후 상황 브리핑에서 기온 하강과 습도 상승 덕분에 산불의 강도는 다소 약해졌지만 정오 이후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기 시작해 보르도 지역이 위협받고 있다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브로카 지방행정관은 "방심해서는 안 된다"며 농민들에게 자체 물탱크를 동원해 소방관들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프랑스 정부는 군 병력과 자원까지 투입하며 진화 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추가로 500명의 군 병력을 산불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군에서 동원된 인력만 총 1천5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소방관들의 진화 작업을 돕고, 민간인 대피나 의료, 수송 등 후방 지원에 나선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이날 오후 5시께엔 지롱드 지역 산불 진화를 위해 A400M 군용 수송기가 처음으로 투입됐다. 이 수송기로는 20t의 소화제를 한꺼번에 살포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가 운영하는 도로교통정보 서비스는 주말을 맞아 여름휴가를 떠나는 시민들에게 "구조대를 위해 도로를 비워달라"며 산불 발생 지역을 통과하지 말고 우회도로를 이용하거나 여행을 아예 연기해달라고 촉구했다.
프랑스를 덮친 산불은 현재 진행중인 투르드프랑스 사이클 대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투르드프랑스 조직위원회와 파리 경찰청은 공동 성명을 통해 "산불 피해 지역과 주민들에 대한 국가적 연대의 정신으로, 오는 26일 파리에서 열리는 최종 코스를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내무부는 투르드프랑스 최종 코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배치하기로 한 보안 인력 일부를 산불 현장에 재배치하기로 했다.
이 조정에 따라 당초 133㎞였던 마지막 코스는 89㎞로 단축되고, 선수들은 샹젤리제 대로를 두 바퀴 더 돈 후 몽마르트르로 이동해 결승선을 통과하게 된다.
기록적인 산불에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스페인에선 수도 마드리드 인근의 산불이 여전히 맹렬한 기세로 확산해 25일 현재까지 7만명이 집을 떠나 대피했다. 약 3만명가량은 이동 제한 조치를 받고 있다.
마드리드 지역 서부에서 발생한 두 개의 산불이 전날 오후 하나로 합쳐져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인접한 지역의 또 다른 산불과도 합쳐질 위기에 처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까지 소실된 면적만 2만5천㏊에 달한다.
AFP 통신에 따르면 마드리드 지방정부 비상대책본부장은 기자들에게 이번 산불이 "정점에 달했으며 현재 소방대원들이 진압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라고 말했다.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주 마니세스에서도 산불이 나 협곡에 있던 차량 안에서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산불 피해 지역을 방문해 "우리의 최우선 순위와 목표는 여러분의 생명, 여러분의 목숨을 구하고 거주지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기온은 내려갔지만 바람이 어떻게 변할지, 얼마나 강하게 불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앞으로 몇 시간 동안 복잡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체스 총리는 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범국가적 협약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기후변화로 산불이 갈수록 더 심각하고 강해지고 있으며, 그 규모와 강도는 과학자들의 예측마저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올해 1월 이후 이미 스페인에서만 13만㏊의 토지가 불에 탔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피해 면적인 10만㏊를 넘어선 수치다.
스페인 보건 당국은 산불로 인해 마드리드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신체 활동이나 야외 체류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