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산불에 9만여명 대피…스페인, 국가 비상사태 선포(종합)
프랑스 휴양지 피서객 선박·육로 탈출 행렬…EU에 지원 요청
폭염·강풍·건조한 날씨 겹쳐 '최악 상황'
유럽, 올해 소실 면적 평년의 2배…스페인 올해 서울 면적 2배 타
(런던·파리=연합뉴스) 김지연 송진원 특파원 = 유럽에서 산불이 계속 확산하면서 주민과 여름 휴양객 9만2천명이 대피했다. 스페인은 사상 처음으로 산불을 이유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유럽연합(EU)에 지원을 요청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과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산불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기상 조건이 악화해 대응이 복잡해지고 있다면서 23일 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마드리드 지역 서부에서 발생한 큰 불 두 건은 24일 오후 하나로 합쳐져 3천㏊(30㎢)를 순식간에 태웠고 다른 큰 불과도 합쳐질 위기다. 이사벨 디아스아유소 자치정부 수반은 마드리드 역사상 최악의 화재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만 2만5천명이 대피했다.
마드리드 북서쪽에 있는 아빌라에선 9천㏊(90㎢) 면적이 불에 탔고 1천500명이 대피했다. 아빌라에서 이재민들을 수용하고 있는 부르고혼도의 프란시스코 마르티네스 시장은 "내 60 평생에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풍과 험난한 지형, 건조한 날씨로 화재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소방관들은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토요일인 25일 오전에 이 지역에 설치된 긴급 대응 조정실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총리실이 밝혔다.
스페인 경찰은 화재 위험으로 중장비 사용이 금지된 지역에서 이를 사용한 혐의로 남성 한 명을 조사 중이다.
산체스 총리는 앞서 엑스(X·옛 트위터)에 "정부는 아빌라, 레온, 톨레도, 마드리드를 비롯한 스페인 곳곳에 피해를 주고 있는 화재를 막기 위해 모든 가용한 자원을 배치하고 있다"며 국민에 주의를 당부했다.
스페인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생한 대형 산불은 29건으로 지난 10년간 1∼7월 평균 9건이 발생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소실된 면적은 11만5천㏊(1천150㎢)로, 서울(605㎢) 면적의 두 배에 육박한다.
폭염과 건조한 날씨, 강풍이 산불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3일 무르시아에서는 최고 기온 44.7도까지 올랐고, 22일에는 아빌라 여러 도시에서 최고 42도까지 올랐다.
EFFIS에 따르면 올해 EU 내 산불 강도는 작년 이맘때의 갖가지 기록을 경신했다. EU에서 지난 22일까지 지난 20여년 평균의 2배가량 많은 면적이 불에 탔다. 프랑스에서는 불에 탄 면적이, 스페인에서는 화재 건수가 역대 최대였다.
역시 산불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의 로랑 누네즈 내무 장관은 AFP 통신에 현재 32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누네즈 장관은 특히 남서부 지롱드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현재까지 1만㏊ 이상을 태웠다며 "이번 시즌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80채의 가옥이 불에 탔고 그 중 약 50채는 완전히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 육로와 해로를 통해 약 4만4천명이 대피했거나 대피 중이다.
특히 고급 주택이 즐비하고 캠핑장이나 임대 주택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던 관광객으로 가득 찬 캅페레 반도에도 전면 대피령이 내려졌다. 포도주 산지인 보르도에서 60㎞가량 떨어져 있는 캅페레는 갑부들의 별장이 많은 휴양지로 유명하다. 불길이 유일한 육로를 위협하면서 수백 명이 수십 척의 배에 나눠 타 대피했다.
이 지역에서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관 1천명 중 약 40명이 부상했다. AFP 통신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이번 주에만 산불 진화 중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고 전했다.
누네즈 장관은 지롱드 지역 산불 진화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상대적으로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다른 지역 산불에 투입된 자원을 재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네즈 장관에 따르면 지롱드와 붙어 있는 랑드 지역에서도 전날 오후부터 2천500㏊가 산불에 소실됐으며 2만3천명이 대피했고 약 100채의 가옥이 소실되거나 파괴됐다.
누네즈 장관은 올해 1월 이후 산불로 소실된 전체 면적이 5만㏊를 넘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거의 3배나 많은 수치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는 산불을 신속히 진화하기 위해 유럽연합(EU)에 도움을 요청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전국, 특히 지롱드 지역을 휩쓸고 있는 산불로 인해 상황이 매우 긴박하다"며 EU에 "시민보호 메커니즘의 가동을 요청했다"고 적었다. 이는 EU 회원국이 대형 재난을 겪을 때 다른 회원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제도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따라 크로아티아의 수륙양용 소방항공기 2대, 포르투갈의 에어트랙터 헬기 2대,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블랙호크 대형 헬기 2대가 신속히 지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소한 부주의가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민들에게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도 당부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요청에 따라 소방 항공기를 보내는 등 지원에 나섰다고 밝혔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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