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고조에 국내유가 반등 조짐…최고가격제로 '시간벌기'

입력 2026-07-26 06:30
중동 긴장고조에 국내유가 반등 조짐…최고가격제로 '시간벌기'

홍해까지 위기 확대되자 국제유가 급등…국내유가 하락세도 주춤

재정정책 한계 속 "이번 충격이 전쟁초보다 클 수도" 우려까지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임성호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최근 다소 완화하던 국내 유가 불안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항로까지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국제 석유시장 불안 속에 국내 유가도 낙폭이 줄어들며 반등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와 함께 유류세 인하도 연장하면서 당장의 영향은 최소화하고 있지만 업계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26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갈등 재점화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와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선언으로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7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배럴당 유가는 두바이유 90.40달러, 브렌트유 96.78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89.31달러까지 상승했다.

1주일 전에 비해 10달러 안팎으로 급등한 수준으로, 전날에는 브렌트유가 100.69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5월 22일 이후 2개월여 만에 10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유가와 함께 휘발유·경유·등유 등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세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24일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배럴당 국제 경유 가격은 165달러, 휘발유는 120.82달러, 등유는 158.29달러를 기록했다.

전날에는 경유 167.61달러, 휘발유 124.74달러, 등유 161달러로, 각각 4월 30일, 5월 22일, 5월 1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수급보다는 향후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더 빠르게 반영되면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국제유가와 시차 없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도 최근의 하락 폭이 크게 줄어드는 등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7월 넷째 주(19∼23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L당 5.1원 내린 1천872.4원이었다.

7월 둘째 주에 전주 대비 59.1원, 셋째 주에 15.5원 내린 데 비해 낙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도 전주 대비 5.6원 내린 1천856.9원을 기록했으나, 7월 둘째 주(62.3원↓), 셋째 주(17.7원↓)보다 낙폭이 줄었다.

이처럼 유가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자 지난 24일 정부는 8차 석유 최고가격을 7차 대비 동결하며 유가 변동성 확대에 대비했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 역시 9월 말까지 두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업계는 정부 대책에 따라 당장의 국내 주유소 기름값 상승 폭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산 원유도 송유관과 선박 간 환적 등 우회 경로를 통해 일정량이 계속 도입되고 있고, 미주·아프리카·호주·아시아산 등 대체 공급선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도입 원유 중 중동산 비중은 지난 2월 69.5%에서 4월 50.4%로 낮아진 반면, 같은 기간 미주산 비중은 23.6%에서 33.1%로, 아시아산 비중은 3.0%에서 10.1%로, 아프리카산 비중은 4.0%에서 6.4%로 높아졌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정책 효과와 위기 관리도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는다.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업계 손실 규모가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재정 지원을 기반으로 한 가격 안정 정책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로 인한 조달 차질과 운송 지연이 본격 반영되는 향후 1~2개월에는 수급이 더욱 악화하면서 석유제품 가격이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항로까지 통항이 차질을 빚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전쟁 초기인 지난 3월보다 수급 충격이 더 커질 수도 있다"며 "정제 설비 가동률과 석유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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