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톡노트] AI 판 흔든 '키미 K3'…미국이 긴장한 이유
오픈웨이트 초거대 모델 등장…중국 AI 추격 본격화
성능 검증은 진행형…증류 공방도 확산
(서울=연합뉴스) 권하영 기자 =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가 지난 17일 공개한 오픈웨이트(가중치 공개형) 대규모언어모델(LLM) '키미(Kimi) K3'가 미중 AI 패권 경쟁의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매개변수(파라미터) 2조8천억개를 갖춘 이 모델은 오픈웨이트 진영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힌다.
문샷AI 측은 이 모델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5'와 오픈AI의 'GPT-5.6'을 제외한 모든 경쟁 모델보다 종합 성능이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초기 평가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적이 나왔다.
AI 평가 플랫폼 아레나의 웹 개발 능력 평가에서는 키미 K3가 클로드 페이블5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AI 성능 분석업체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도 일부 프런티어 벤치마크(최상위 성능 평가)에서 키미 K3가 앤트로픽의 '오퍼스 4.8'을 앞섰다고 평가했다.
이 여파로 미국 정부는 문샷AI가 앤트로픽 모델을 무단으로 베꼈다는 의혹을 공개 제기하고 나섰고, 키미 K3는 단순한 신제품을 넘어 미중 AI 패권 경쟁의 상징적 사례로 부상했다.
문샷AI는 2023년 3월 양즈린 등 칭화대 동문들이 베이징에서 설립했다.
중국어 정식 명칭은 '월지암면(月之暗面)'이다. 1970년대 영국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에서 따온 이름으로, 창업자 양즈린의 음악적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문명 '문샷(Moonshot)'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막대한 성과를 노리는 대담한 도전 과제를 의미하는 표현이다.
제품명 '키미'는 양즈린의 영어 이름에서 따왔다. 2023년 첫 챗봇 서비스에 사용된 이름이 이후 모델 시리즈 전체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 오픈웨이트 최대 규모…성능은 기대·검증은 과제
다만 벤치마크 결과만으로 실제 경쟁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키미 K3와 같은 오픈웨이트 모델은 학습 가중치를 외부에 공개해 누구나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형태다. 학습 데이터와 소스코드까지 모두 공개하는 오픈소스와는 다르지만, 외부 개발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미국이 문제 삼은 '증류(distillation)'는 상위 AI 모델의 응답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기법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 모델을 구현할 수 있어 최근 AI 업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오픈AI 공동창업자 그레그 브록먼 사장은 키미 K3가 실제 자사 모델을 증류했는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이선 몰릭 교수도 키미 K3에 기존 학술연구 검토를 맡긴 결과 "매우 많은 측면에서 모두 실패했다"며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신뢰성 검증이 더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가격 경쟁력 역시 압도적이지는 않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키미 K3의 작업당 비용은 GPT-5.6과 클로드 페이블5보다는 저렴하지만, 같은 오픈웨이트 계열인 딥시크 V4프로와 GLM-5.2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아레나 창립자인 이온 스토이카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과거 중국 AI는 미국 최상위 모델보다 6∼9개월 뒤처진다고 봤지만 현재는 격차가 2∼3개월 정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증류' 공방에 제재 카드까지…미중 AI 갈등 격화
미국 정부는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 기업들이 산업 전반에 걸쳐 지식재산권(IP)을 침해하는 수준의 증류 공격을 벌인다면 제재와 수출통제 명단 등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도 "문샷AI가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페이블'을 증류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며 "탐지를 피하기 위해 접근 방식을 빠르고 다양하게 바꿨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즉각 반박했다.
류창 주미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완전히 사실무근"이라며 "미국 인사들은 사실을 존중하고 편견을 버려야 하며 중국 AI 산업의 발전 성과를 비방하거나 깎아내리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해당 의혹을 "전적으로 근거 없는 중상"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시각은 엇갈린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규제 없이는 "디스토피아적" AI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반면, 벤처투자자 빌 걸리는 이런 움직임이 정상적인 경쟁을 안보 위협으로 몰아가려는 로비의 산물이라고 반박했다.
문샷AI는 최근 이용자 급증에 따른 연산 자원 부족으로 개인 고객의 신규 유료 가입을 잠정 중단하는 등 성장 과정의 부담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키미 K3가 '제2의 딥시크'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이어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다만 벤치마크 성적을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미국 정부가 중국 AI를 겨냥한 견제 수위를 실질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점 자체는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kwonh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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