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 핵협정 하루만에 "이스라엘 관계정상화 조건부"(종합)

입력 2026-07-24 01:57
트럼프, 사우디 핵협정 하루만에 "이스라엘 관계정상화 조건부"(종합)

백악관 "트럼프 뜻은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 가입 않으면 핵협정 무산"

트럼프 "사우디 핵협정, 이란 같은 비군사적 용도…핵농축 없을 것"

美언론들 "사우디에 농축·재처리 잠재적 허용…아브라함 참여도 미지수"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자력 협정 체결을 사우디의 '아브라함 협정' 가입과 연계했다. 사우디의 핵물질 농축은 없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사우디와의 원자력 협정(이른바 '123 협정')을 승인할 것이라면서 "이는 전적으로 사우디가 매우 존중받고 성공적인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고 말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 수립에 합의한 일련의 협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다른 중동 국가로 협정을 확대하려고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원자력 협정 체결의 전제 조건으로 사우디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우디와의 이번 협정은 이 조건(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지 않으면 이 협정(123 협정)은 무산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즉각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에 동참하는 것은 중동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도약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스라엘 입장에선 수용하기 어려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양국 관계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세워왔다는 점에서 이번 123 협정이 체결 하루 만에 중대 변수를 안게 됐다고 미 언론들은 짚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양국 에너지부 장관이 서명한 123 협정에 대해 "민간 원자력 협정"이고 "(핵)물질 농축은 없을 것"이라며 "이란과 UAE 등이 이미 보유한 것과 같은 비(非)군사적 용도에만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민간용 비농축 원자력 시설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정과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사우디에 자체 핵물질 농축·재처리를 잠재적으로 허용함으로써 무기급 핵물질 생산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보도했고, 중동 지역에서 핵 군비 경쟁이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축은 없다"고 단언하며 이같은 우려에 선을 긋는 주장을 한 것인데,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당국자들의 설명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NYT는 익명의 미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과 사우디가 핵연료 생산의 경제성에 관한 공동 연구를 (2년 동안) 실시한 뒤, 사우디가 자국 영토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플루토늄을 재처리(추출)하는 것이 허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 이번 협정의 특징"이라고 보도했다.

CNN도 사우디가 민간 원자로용 연료를 자체적으로 농축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2009년 UAE가 미국과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 핵 협력 협정을 체결했을 때 했던 것처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추가 의정서라는 표준 협정에 서명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 주목된다"는 소식통 발언을 전했다.

UAE가 수용했던 골드 스탠더드는 농축·재처리 등으로 자체 핵연료를 생산할 권리를 포기한다는 의미다. 추가 의정서는 미신고 시설을 포함한 해당 국가 전체의 의심 장소를 불시에 사찰하는 내용이다.

미 에너지부는 전날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 에너지 프로그램에 폭넓은 참여를 제공함으로써 미국 사업과 노동자, 공급망에 혜택을 주는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수요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123 협정과 그에 수반되는 안전보장조치 협정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에너지부는 "이 두 협정은 높은 수준의 원자력 안전, 보안 및 비확산 기준을 준수하고, 민간 원자력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 우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과 지역 안보를 증진한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협정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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