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통신망서 화웨이 등 中장비 퇴출비용 최대 67조원"
EU 집행위 추산비용 3배 달해…EU 디지털인프라 투자 부족 심화 우려도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역내 통신망에서 화웨이, ZTE 등 중국 업체의 장비를 퇴출하려면 통신업체들이 최대 400억유로(약 67조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업계 분석이 나왔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인텔리전스는 전날 보고서에서 EU 통신망에서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장비를 제거하는 데 300억∼400억유로(약 50조∼63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EU 집행위원회가 추산한 비용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EU 집행위는 앞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3년의 전환 기간 총 100억∼130억유로(약 16조∼21조원) 정도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EU는 현재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 개정 사이버보안법을 통해 '고위험 공급 업체'로 분류된 기업 장비를 3년 안에 단계적으로 제거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화웨이와 ZTE 등 통신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전력 공급망, 드론, 컴퓨팅, 의료, 우주항공, 반도체 등 18개 분야에 적용된다.
이번 보고서와 기존 추정 예산 차이는 EU 집행위가 이동통신망만을 대상으로 한 반면 GSMA 인텔리전스는 유선과 전송망 인프라까지 포함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SCMP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도이체텔레콤과 보다폰, 오렌지 등 유럽 7개 통신사업자 단체의 의뢰로 작성됐고, 이들 사업자의 내부 데이터를 활용했다.
보고서는 전체 비용 가운데 기지국과 기타 네트워크 장비 등 이동통신망 교체에 160억∼220억유로(약 26조∼36조원)가 쓰일 것으로 예상했고, 전송망 장비 교체와 유선 광대역망 등에도 대규모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퇴출에 따른 영향이 단순한 비용 부담에 그치지 않고, 일부 공급망의 주요 공급업체가 한두 곳으로 줄면서 경쟁이 약화돼 업계 장비 가격이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이동통신 장비 가격은 24%, 유선 광대역 장비는 19%, 전송망 장비는 10% 각각 상승할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특히 중국 업체의 기존 매출이 모두 최대 잔존 공급업체 한 곳으로 넘어갈 경우 이동통신 장비 가격이 최대 43%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GSMA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EU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ZTE를 합치면 점유율은 약 3분의 1에 달한다.
유선 네트워크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이동통신 장비 시장에서 스웨덴 에릭슨과 핀란드 노키아의 합산 점유율이 약 96%에 달하며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장비 교체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통신업체들이 네트워크 투자를 축소하거나 지연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이미 2천50억유로(약 34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유럽의 디지털 인프라 투자 부족 문제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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